[Food&Dining 3.0]동서식품 ‘카누’ 개발 뒷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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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20일 03시 00분


수차례 소비자시음회, 과감한 디자인, 맛과 멋 동시충족

국내 커피시장 규모가 3조 원에 이르렀다. 2000년대 초반부터 커피전문점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소비자들의 입맛도 점차 고급 원두커피를 찾기 시작한 덕분이다.

인스턴트 원두커피 시장의 새로운 장을 연 동서식품의 ‘카누(KANU)’는 인스턴트커피처럼 부담 없는 가격으로 커피전문점 원두커피의 맛과 향을 편리하게 즐길 수 있도록 한 제품이다. 이 제품은 현재 전국적으로 하루 평균 60만 개가 팔릴 정도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카누 개발은 원두커피를 마시는 일이 불편하다는 소비자의 니즈에 귀를 기울이는 일에서 시작했다. 수차례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5년 만에 내놓은 카누가 판매 시작 7개월 만에 안정궤도에 오른 것을 보면서 느끼는 제품 개발자로서의 뿌듯함은 무척 크다.

끊임없는 연구와 기술력의 결과물

인스턴트 원두커피 ‘카누’는 합리적 가격으로 간편하게 원두커피를 즐기려는 소비자를 위해 태어났다. 왼쪽부터 카누 개발을 담당한 동서식품 연구소 김종철 대리, 신현우 팀장, 이창건 상무, 염윤환 대리, 방진수 사원, 김국무 사원. 동서식품 제공
인스턴트 원두커피 ‘카누’는 합리적 가격으로 간편하게 원두커피를 즐기려는 소비자를 위해 태어났다. 왼쪽부터 카누 개발을 담당한 동서식품 연구소 김종철 대리, 신현우 팀장, 이창건 상무, 염윤환 대리, 방진수 사원, 김국무 사원. 동서식품 제공
카누는 단기간의 개발로 탄생한 제품이 아니라 동서식품이 40여 년간 쌓아온 기술 노하우가 담긴 제품이다. 모든 식품기업이 그렇겠지만, 동서식품은 늘 다음 세대의 커피를 꾸준히 연구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 해외 커피전문점 브랜드가 우리나라 시장에 발을 들여놓으면서 원두커피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호가 높아졌다. 하지만 원두커피는 값이 비싸고, 커피전문점을 찾아가야만 살 수 있다는 불편함이 있었다.

우리는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소비자 조사에서, 커피를 즐기는 사람들이 언제, 어디서나 원두커피를 간편하게, 그리고 가격 부담 없이 즐기길 원한다는 사실을 읽어냈고 카누의 개발을 서두르게 됐다.

제품개발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인스턴트커피 생산 설비로는 커피전문점의 에스프레소 같은 커피를 추출할 수 없어서 새로운 생산 설비부터 지어야 했다. 고민 끝에 부평공장에 카누 전용 생산라인을 구축했다.

다음은 어떤 원두를 사용해 커피를 만들 것인가를 결정해야 했다. 동서식품 연구팀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입맛에 맞는 커피 맛을 찾기 위해 남미, 아프리카 등 세계 유명 커피산지의 원두를 가지고 수차례에 걸쳐 소비자 대상 시음회를 열었고 그 결과 콜롬비아 원두를 채택했다.

커피파우더 제조공법 선택 때는 연구소와 마케팅부서의 의견 대립이 있었다. 연구소는 원두커피의 맛을 내기 위해 알갱이 형태의 동결건조법을 사용하자고 했지만 마케팅부서는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가루 형태의 분무건조법을 써야 한다고 맞섰다. 그 결과 원가가 높아지더라도 본래 원두커피의 맛과 향미를 더 가깝게 낼 수 있는 동결건조법을 선택했다.

카누는 원두의 맛과 향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기존 인스턴트커피에 비해 낮은 온도와 압력에서 추출하는 ‘LTMS(Low Temperature Multi Stage) 추출법’을 사용했다. LTMS 추출법은 같은 양의 커피를 뽑아내는 데 더 많은 원두를 써야 해 원가가 높아지는 단점은 있지만, 커피 고유의 풍미를 살리고 찬물에도 잘 녹는 제품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 같은 기술력과 설비를 갖춘 기업은 세계적으로도 네슬레와 스타벅스 등 몇 곳 안 된다.

숫자 속에 숨은 카누의 비밀


카누의 특징은 ‘5’와 ‘200’이라는 숫자에 잘 담겨 있다. 5는 카누에 들어있는 미분쇄 원두의 함량 5%를 뜻한다. 에스프레소 추출 방식으로 뽑은 카누의 동결건조공법 커피파우더가 진한 향의 에스프레소 맛을 낸다면, 미분쇄 원두는 커피의 풍미를 깊게 해주며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미분쇄 원두 비율 5%는 동서식품의 연구팀이 이물감을 줄이고 커피의 맛과 향을 최적으로 이끌어내는 비율을 찾기 위해 숱한 실험과 실패를 반복한 끝에 찾아낸 것이다.

200은 카누의 맛을 제대로 즐기기 위한 물의 양(200mL)이다. 보통 인스턴트 커피믹스는 물의 양 100mL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제품 개발 과정에서 영업부서는 100mL를 기준으로 한 제품을 만들어 달라는 의견을 냈다. 하지만 카누가 커피전문점 아메리카노의 맛과 향을 추구하는 제품인 만큼 물의 양도 그에 맞추어야 한다고 주장한 연구팀과 마케팅부서의 주장에 결국 힘이 실렸다.

디자인을 입은 커피

카누라는 브랜드는 ‘카페’ 또는 ‘커피’와 새로움을 뜻하는 ‘뉴(New)’가 합쳐진 단어로 ‘새로운 카페’ ‘새로운 커피’를 뜻한다. 여기에는 ‘카누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당신을 위한 카페가 생긴다’ ‘세상에서 제일 작은 카페’라는 의미도 담겨 있다.

카누는 ‘2011 잇 어워드(It-Award)’에서 패키지·용기디자인 부문 베스트 디자인상을 받았다. 카누의 디자인은 원두커피를 인스턴트로 간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한 제품 특성을 반영해 세련됨과 심플함, 새로움과 스마트함을 모두 추구했다.

회사 내부에서도 현재의 디자인 시안에 대해 너무 까맣고 담뱃갑처럼 생겼다는 부정적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기존의 인스턴트커피 포장과는 확연하게 구별돼 눈에 띈다는 점, 그 같은 디자인이 제품의 특성을 잘 반영하고 있다는 의견이 많아 현재의 디자인이 확정됐다.

신현우 동서식품 연구소 커피솔루블 연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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