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정치인 테마주가 일반 주식에 비해 46.9% 고평가돼 있다며 폭락 가능성을 경고했다. 금융당국이 구체적 수치까지 제시하며 테마주의 고평가 상태를 지적한 것은 이례적이다.
19일 금감원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주식시장에서 정치인 테마주로 꼽힌 131개 기업을 전수조사해 주가흐름과 기업실적 등의 특성을 소개하고 피해방지 요령을 안내했다. 테마주들은 실적이 나쁠수록 주가가 더 오르는가 하면 급등 후 대주주가 주식을 팔아치우는 전형적인 주가조작 움직임을 보였다.
○ 시장흐름에 역행하면 ‘주의’
금감원은 시장 흐름에 역행하는 것을 테마주의 특징으로 지목했다. 주가 하락기에 이유 없이 급등한다면 작전세력이 테마주 띄우기에 나섰다는 점을 의심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치인 테마주들은 약세장이 펼쳐진 2011년 9월부터 급등하기 시작했다. 정치인과 관련이 있다는 소문을 타고 정치인 테마주들이 대거 등장했다.
지난해 6월 1일 종가 대비 일반주와 테마주의 평균 주가 상승률 차는 갈수록 크게 벌어졌다. 주가상승률 차이는 2011년 7월 4.8%포인트에서 같은 해 11월 30.7%포인트로 벌어졌고, 올 4월에는 가장 높은 47.7%포인트에 이르렀다. 이 기간 일반주는 5.0% 떨어진 반면 정치인 테마주는 42.6% 급등한 것. 올 5월에도 테마주와 일반주의 주가상승률 차이는 46.9%포인트로 전달보다 크게 줄어들지 않았다. 이는 테마주들이 평균 46.9% 폭락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금감원은 설명했다.
○ 테마주, 실적 나쁠수록 더 올라
정치인 테마주는 실적도 저조했다. 131개 테마주의 지난해 매출액은 19조3898억 원으로 전년 대비 9.71% 증가했지만 순이익은 24.1% 감소한 7521억 원에 그쳤다. 외형은 커졌지만 수익성이 악화됐고 이런 추세는 올 1분기에도 이어졌다. 조사 대상의 약 절반인 63개 기업은 지난해 이익이 줄거나 적자를 보였다. 올 1분기에도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수익성이 나빠진 업체가 절반을 웃도는 67개사로 나타났다.
지난해 이익이 늘어난 68개사의 주가는 평균 134% 올랐다. 이익 감소 또는 적자인 63개사의 주가는 평균 137% 상승했다. 정치인 테마주는 실적이 나쁠수록 주가는 더 오르는 기현상을 보였다.
주가 급등 후 대주주가 주식을 팔아치워 이익을 챙긴 사례도 많았다. 64개 종목에서 202명의 대주주들이 주가 급등기에 주식을 매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주주가 100억 원어치 이상 매도한 17개사 중 14개사는 공시를 통해 ‘급등 사유 없음’이라고 밝힌 직후 주식을 팔았다. 금감원은 “대주주가 주가 급등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돈을 챙기는 것은 도덕적 해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분석 결과 131개 테마주 중 92개는 추가 하락할 수 있고 많게는 5조2000억 원의 시가총액이 증발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됐다. 금감원은 5월부터 테마주 특별조사반을 상설조직으로 바꿔 시세조종세력을 조사 중이며 1억 원의 신고 포상금을 내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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