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모터스포츠의 기술경쟁, 금호가 No.1 될 때까지 질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21일 03시 00분


금호타이어 2012 오토 GP 참가

2012 오토 그랑프리 월드시리즈에 참가한 머신들이 굉음을 내뿜으며 질주하고 있다. 금호타이어 제공
2012 오토 그랑프리 월드시리즈에 참가한 머신들이 굉음을 내뿜으며 질주하고 있다. 금호타이어 제공

경기장에도 관람석에도 터질 듯한 긴장감이 감돈다. 출발선에 늘어선 16대의 머신들. 날렵한 머신들을 떠받치고 있는 앞과 뒤 두 쌍의 바퀴들. 시커먼 몸통엔 한국 타이어업체 ‘KUMHO’의 마크가 선명하게 찍혀 있다. 순간 스타트.

카랑 카랑 카랑….

찢어지는 듯한 쇳소리를 내며 머신들이 쏜 살같이 달려 나간다. 귀가 먹먹해지고 심장이 벌렁거리는 것도 잠깐. 순식간에 머신들의 스피드 향연에 빠져든다.

3일 포르투갈 남부 휴양도시 포르티마우에서 ‘2012 오토 그랑프리 월드시리즈(Auto Grand Prix World Series·이하 오토 GP)’ 5차 대회가 열렸다. 금호타이어가 2012, 2013년 시즌 공식 타이어 공급 업체로 참가하는 대회다. 2012시리즈는 3월 이탈리아에서 개막됐다.

○ “궁극적인 목표는 F1”

F1(포뮬러1)대회는 월드컵 올림픽과 함께 세계 3대 스포츠 행사로 꼽힌다. 세계 각국에서 대회를 치러 관중이나 미디어 노출 효과는 상상 이상이다. 오토 GP는 모터스포츠의 꽃인 F1의 바로 아래 등급 대회. 1999년 이탈리아에서 시작한 F3000 시리즈를 엔진 출력과 타이어의 기준을 F1에 준하는 규정으로 보완해 2010년부터 명칭을 바꿨다. 유럽 내에서만 치르던 것을 올해부터 이탈리아 스페인 헝가리 포르투갈 모로코 브라질 미국 등 4개 대륙 7개국으로 확대 개최하고 있다.

금호타이어는 1990년부터 레이싱 타이어 개발에 나서 1992년 영국 MG Owners Club 시리즈에 참가하면서 모터스포츠와 인연을 맺었다. 2000년 창원 F3 대회 공식 타이어 공급 업체로 선정되면서 한 단계 도약했다. 이후 2002년 ‘마스터스 F3’, 2003년 신설된 ‘F3 유로시리즈’의 공식 타이어업체로 선정됐다. 2011년 기준 F3 타이어시장의 약 40%(공급 개수 기준)를 점유해 F3 넘버원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금호타이어의 김장현 수석연구원은 “F1 전 단계 대회인 오토 GP의 공식 타이어업체로 선정된 것은 F3를 통해 쌓은 기술력과 노하우를 인정받은 결과”라며 “오토 GP는 F1이라는 최종의 목표로 전진하기 위해 기술력을 다지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대회에 참가한 각팀들은 금호타이어를 장착한 후 베스트 랩 타임이 빨라지고 후반까지 타이어 성능이 유지돼 안정적인 레이싱을 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오토 GP는 내년부터 머신의 외형도 F1급으로 바꾸고 타이어 크기도 줄여 F1과 거의 같은 형태로 경기를 치르는 방안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모터스포츠는 기술력 시험 전장”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300km를 달리는 레이싱 타이어는 시속 200km가 넘는 속도로 급제동과 급가속을 반복하는 극한 상황을 이겨내야 한다. 직진 가속력을 높이는 기술과 코너링시 차량의 무게중심과 접지력을 유지하는 트레드(지면과 닿는 부분의 홈이나 모양) 설계 기술 등이 타이어에 요구되는 이유다.

타이어업체들이 앞 다퉈 모터스포츠에 참가하는 것은 이러한 자사의 최고 기술력을 선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공식 타이어 공급 업체로 선정된다는 것은 기술력과 타이어 성능을 입증하는 계기가 된다. 실제 일본의 타이어 제조회사인 브리지스톤은 수년간 F1을 후원하면서 세계적인 타이어업체로 발돋움했다. 김 수석연구원은 “레이싱팀에 타이어는 앞 뒤 바퀴 각각 두 세트가 제공되고 18랩을 주행하는 동안 반드시 한 번은 타이어를 갈아야 한다”며 “이는 경기의 재미를 더하려는 이유도 있지만 타이어의 상태를 점검해 새로운 기술력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력 경쟁이 심해지면서 경기를 후원하는 타이어업체들은 자사 기술력 보안에도 철저하다. 현재 F1의 공식 타이어업체인 ‘피렐리’는 경기 중 서킷에 떨어진 타이어 파편까지 수거해 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F1을 ‘타이어 전쟁’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금호타이어 김선필 책임연구원은 “금호는 F1이 치러지는 스페인 발렌시아 등 가장 가혹한 서킷조건에서 테스트를 거치고 실제 경기를 하면서 차곡차곡 기술력을 쌓아가고 있다”며 “이렇게 검증된 기술력은 상용차 타이어를 만드는 데 고스란히 적용된다”고 말했다. 금호타이어의 이런 노력은 그동안 다임러 벤츠나 폴크스바겐 등 유럽 완성차업체에 타이어를 공급함으로써 인정을 받았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BMW에도 공급할 예정이다.

포르티마우=이재일 기자 lji192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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