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요타자동차가 1998년 고급 브랜드 렉서스를 통해 출시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RX300’은 고급차 시장에 일대 파란을 일으켰다. SUV는 그저 험로(險路) 주행을 위한 ‘덩치 큰 차’라는 게 당시의 인식이었다. RX는 달랐다. 도심 주행에 초점을 맞추고 내외관의 고급스러움을 높였다. RX는 출시 첫해 15만6000대가 팔리는 대성공을 거뒀다. 이후 2003년 출시된 2세대, 2009년 출시된 3세대 역시 히트를 이어가며 RX시리즈는 도심형 고급 SUV의 대명사로 떠올랐다.
올 3월 국내 출시된 ‘올 뉴 RX350’은 RX 시리즈의 4세대에 해당한다. RX를 비롯한 렉서스 브랜드는 2010년 대규모 리콜사태와 지난해 동일본 대지진으로 침체를 겪어왔다. 그리고 도요타가 ‘신생(新生) 렉서스’를 표방하며 새롭게 내놓은 모델이 올 뉴 RX350이다. 이 차를 시승하며 과거 고급 SUV 시장에서의 독보적인 지위를 되찾을 수 있을지를 살펴봤다.
올 뉴 RX350은 외관에서부터 강인한 느낌을 준다. 크로스오버(SUV와 세단의 장점을 절충한 차)적인 요소에 초점을 맞춘 기존 모델과 비교해 가장 큰 차이다. 전면부에 장착한 모래시계를 연상하게 하는 ‘스핀들 그릴’이 더욱 날카로운 인상을 준다.
운전 감각은 전형적인 ‘모범생’이다. 조용하고 다루기 쉬우면서 성능도 좋다. 운전자가 저지르는 실수도 각종 전자식 안전장치가 가볍게 감싸준다. 실제 느껴지는 속도감이 크지 않지만 가속능력도 뛰어나다. 고속 주행에서도 큰 흔들림 없이 안정적으로 곧게 나아간다. 기존 모델과 같은 최고출력 277마력의 3.5L급 6기통 가솔린 엔진을 그대로 사용한다는 점은 아쉽다. 6단 자동변속기도 고급차 치고는 부족한 느낌이다. 공인 연료소비효율은 L당 9.1km.
운전대를 돌릴 때의 조향감각이나 서스펜션(차체 하단 충격흡수장치)의 조율을 통한 코너링 느낌, 전반적인 주행 시 균형감은 훌륭하다. 끊임없는 시험주행을 통해 최적의 승차감을 구현하는 데 도전하는 엔지니어들의 저력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가격, 성능, 편의장치 등 큰 부족함이 없다. 다만 RX 고유의 ‘도심적인 세련미’는 렉서스의 부진을 틈타 공격적으로 신차를 투입해 온 독일산 고급 SUV의 행렬 속에 전보다 빛이 바랜 느낌이다. 가격은 6550만∼7300만 원으로 경쟁력이 있다. 기존 모델에 비해 최대 940만 원이나 인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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