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익성 악화로 분위기가 가라앉은 증권가에 때 아닌 특허 논쟁이 잇따르면서 업계 전체가 사분오열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허를 가진 증권사가 타사에 경고장을 보내 ‘소송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가 하면 일부 증권사는 ‘상도의에 어긋난다’고 반발해 감정싸움으로까지 번지는 양상이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K증권은 올해 2월 특허 등록을 마친 자사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주파수’ 서비스를 대우증권 우리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가 무단 사용했다며 지금까지 두 차례에 걸쳐 경고장을 보냈다.
SK증권 측은 ‘특정 종목의 변동사항이나 뉴스 등을 포착해 알려주는 서비스’는 자신들이 특허를 받았다며 동일한 서비스를 중단하지 않으면 소송도 불사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반면 경고장을 받은 한 증권사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법적 검토를 했지만 문제가 없다”며 “MTS 홍보를 위한 노이즈 마케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상품 특허 논쟁도 뜨겁다. 미래에셋증권은 4월 이표채(연간 이자를 일정 기간으로 나눠 지급하는 채권)에 투자하는 월지급식 상품에 대한 특허를 냈다. 매년 1월과 7월에 지급되는 브라질 채권의 이자를 각각 6등분해 매달 지급하는 방식이다. 미래에셋증권이 특허를 내면서 앞으로 20년간 타 증권사에서는 같은 상품을 취급할 수 없게 됐다.
이에 대해 다른 증권사들은 금융투자협회에 관련 특허에 대한 중재를 요청했다. 이 증권사들은 신상품은 금투협에서 1∼6개월간 독점사용권을 인정해주는데도 특허까지 낸 것은 상도의에 어긋나는 처사라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측은 “마케팅 차원에서 특허를 낸 것으로 권리를 행사한 적 없다”고 밝혔지만 다른 증권사들은 “앞으로 권리 행사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라”고 맞서고 있다. 금투협은 회원사 간 분쟁이라며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최근 증권가에서 특허 분쟁이 잇따르는 데 대해 그동안 증권업계 내부적으로 지적재산권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증권사 상품은 일반 제조업체와 달리 전산 시스템이나 상품 구성 아이디어만 다르게 내놓는 때가 많아 특허를 얻기가 어려운 특성이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과거 증권사들이 서로 타사의 상품을 베끼는 일이 많아 상품과 서비스 차별화가 어려웠던 게 사실”이라며 “이제 업황이 좋지 않아 경쟁이 치열해지는 만큼 특허 관련 분쟁도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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