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원끼리 결혼한다 하니 ‘걸어다니는 중소기업’이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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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22일 03시 00분


은행권 단체맞선 1호 커플 우영길-정혜경 씨

지난해 11월 은행 간 단체 맞선을 통해 탄생한 1호 커플인 우영길 우리은행 대리(오른
쪽)와 정혜경 KB국민은행 대리는 “은행원 커플은 고충을 털어놓지 않아도 먼저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린다”며 하트 모양을 그려보였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지난해 11월 은행 간 단체 맞선을 통해 탄생한 1호 커플인 우영길 우리은행 대리(오른 쪽)와 정혜경 KB국민은행 대리는 “은행원 커플은 고충을 털어놓지 않아도 먼저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린다”며 하트 모양을 그려보였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은행원과 결혼한다니 다들 ‘걸어 다니는 중소기업’이라고 부러워해서 괜히 으쓱해져요.”(우영길 우리은행 세운지점 대리·31)

“영업의 어려움을 잘 아는 만큼 늦게 귀가한다고 바가지 긁는 일은 없을 거예요.”(정혜경 KB국민은행 다큐브시티지점 대리·29)

최근 은행권의 신(新)풍속도로 떠오르는 ‘단체 맞선’의 1호 커플로 23일 결혼에 골인하는 우영길 대리와 정혜경 대리의 소감이다. 우 대리와 정 대리는 지난해 11월 단체 맞선에서 인연을 맺었다. 주요 은행 노조들이 행원 복지 향상을 위해 다른 은행과의 단체 맞선을 경쟁적으로 주선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KB국민-우리은행 직원 40명의 단체 맞선을 시작으로 신한-국민, 부산-우리은행 행원들이 만났으며 농협-우리, 스탠다드차타드-우리은행 행원 간 맞선도 곧 이뤄질 예정이다.

숙명여대를 졸업한 정 대리는 2006년에, 건국대를 나온 우 대리는 2008년에 각각 입행했다. 정 대리는 은행원과의 결혼을 생각해본 적이 없었지만 우 대리는 입행 초기부터 은행원과의 결혼을 꿈꿔왔다고 했다. 처음 발령받은 지점에서 다른 은행의 여자 지점장과 행복한 부부생활을 하는 부지점장을 상사로 만난 영향이었다.

우 대리는 “은행원 부부의 재정적 안정성, 업무지식 공유, 원활한 의사소통 등 많은 장점을 보면서 꼭 은행원과 결혼하겠다는 마음을 먹었다”고 귀띔했다. 갓 30대에 들어선 그는 지난해 11월, 30대 중반 지원자가 대부분인 단체 맞선에 참가했다. 이 자리에서 정 대리를 보고 한눈에 반한 우 대리는 ‘저돌적’ 공세를 펼친 끝에 6개월 만에 결혼에 이르렀다.

은행원들은 자신들의 결혼을 대체방(같은 은행 직원과의 결혼), 교환방(다른 은행 직원과의 결혼), 출납방(고객과의 결혼)으로 표현한다. 현금이 실제로 입출금되지 않고 서류로만 이뤄지는 ‘대체’ 거래와 다른 은행과 어음 및 수표를 거래할 때 찍는 ‘교환’ 도장, 은행이 고객에게 돈을 내주고 전표에 찍는 ‘출납’ 도장을 각각 빗댄 표현이다.

이 중 최근 젊은 행원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결혼방식은 교환방이다. 같은 은행 직원끼리 결혼하는 대체방은 인사 불이익을 받을 수 있고, 이런저런 소문에 오르내리기 쉬워 부담스럽지만 교환방은 이 같은 걱정이 덜한 데다 고객을 새로 확보하기도 쉽기 때문이다.

우 대리는 “좋은 상품이 나오면 서로가 첫 번째 고객이 된다”며 “재테크 지식이 쑥쑥 늘어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 대리는 “각자의 은행에서 ‘최고로 일 잘하는 직원’이라는 말을 듣는 커플이 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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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민 기자 dew@donga.com
#은행원#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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