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비가 정정보도? 보복 안 하면 다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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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23일 03시 00분


■ 인터넷 매체 횡포에 기업들 속앓이

한 외식업체의 홍보 담당자는 얼마 전 자사의 서비스에 대해 근거 없는 내용을 보도한 인터넷 언론 A사에 정정 보도를 요청했다. 기사를 작성한 기자는 “제휴사인 B사에서 작성한 기사를 받았을 뿐”이라며 발뺌했다. 결국 어렵사리 B사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찾아 다시 정정 보도를 요청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돈을 통장으로 입금하라”며 “비슷한 기사를 계속 보게 될 것”이라는 은근한 협박만 들었다. 이 담당자는 “급히 다른 보도자료를 내서 해당 기사를 검색 순위에서 밀어내는 방법으로 급한 불을 껐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사이비 언론이 사실과 다른 과장·왜곡 기사를 쏟아내도 발만 동동 구르는 게 현실이다. 인터넷 공간에 확산되는 잘못된 보도를 즉각 바로잡고 피해를 최소화할 방법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한국광고주협회가 인터넷 공간에 ‘반론닷컴(banronbodo.com)’을 개설하고 ‘사이비 언론과의 전쟁’에 나선 것도 이 같은 문제를 바로잡기 위한 것이다.

▶본보 22일자 A1면 사이비 언론 횡포 기업들 정면 반격 ‘반론닷컴’ 만든다

○ 삭제 대가로 광고-협찬 요구


기업 홍보 담당자들은 “사실과 다른 기사도 포털 사이트에 한번 노출되면 다른 매체, 카페, 블로그로 순식간에 확산되는데 이를 바로잡는 데는 엄청난 노력과 시간이 든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틀려도 이리저리 핑계를 대며 정정 보도를 미루거나 수정이나 삭제를 대가로 금품을 요구하고 들어주지 않으면 보복성 기사를 집중적으로 내보내기도 한다. 총수가 과거 검찰조사를 받았거나 경영에 실패한 사례, 국민 건강과 관련해 문제가 된 과거 사례 등을 들춰내 제목만 바꾸는 식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2010년 11월 회원사 427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42.5%가 인터넷 언론의 부당한 활동에 대해 사법 당국에 신고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않는 이유로 ‘보복성 기사 게재 가능성’을 꼽았다. “소송 절차가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든다”는 이유를 댄 기업도 32.3%를 차지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기사 수정이나 삭제를 대가로 요구하는 광고나 협찬 요구도 갈수록 대담해지고 있다”며 “예전에는 100만 원 단위였지만 지금은 1000만 원대를 요구하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한번 돈을 주면 ‘봉’으로 소문이 나 다른 매체까지 달려들기 때문에 금품 대신 골프 접대를 통해 달래는 일도 있다. 일부 기업은 문제가 된 기사를 인터넷 검색 순위에서 밀어내는 식으로 대응하기도 한다.

○ “올해 내에 2차 모니터링 결과 발표”

광고주협회는 반론닷컴을 통해 ‘과장·왜곡 보도-정정보도 요청-금품 요구-보복성 기사 게재’로 이어지는 사이비 언론의 생존 고리를 약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확인 보도나 사실과 다른 악의적 보도가 실리면 해당 기사와 함께 기업의 반론이 함께 포털에 걸리도록 링크를 거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인터넷 언론사 등록을 추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협회는 또 반론닷컴을 통해 사이비 언론에 대한 체계적인 모니터링을 강화할 계획이다. 광고주협회는 지난해 5월 사이비언론신고센터에 악의적 추측성 기사를 빌미로 광고 협찬을 강요하는 언론사의 피해사례를 수집하고 ‘나쁜 언론’ 5곳의 명단을 공개했다. 하지만 조사 결과가 과학적이지 못하다는 비판이 협회 안팎에서 제기됐다.

이에 따라 협회 측은 사이비언론신고센터에 접수된 피해 사례와 반론닷컴에 게재된 반론과 해명 등을 종합하고 이 결과를 연내에 발표하는 방안을 회원사와 협의할 계획이다.

박용 기자 parky@donga.com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반론닷컴#사이비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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