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료 지수가 뭐야? 속 뒤집는 보험상품 공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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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25일 03시 00분


올해 마흔 살이 된 공무원 김인수 씨는 가족을 위해 보험에 가입하자는 부인의 권유를 따르기로 했다. 외벌이인 김 씨는 얄팍한 주머니 사정을 감안해 보험료가 싼 보장성 정기보험을 선택했다.

인터넷으로 상품 검색을 해보니 연간 보험료와 납입기간, 사망 때 받게 되는 보험금 등을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보험료에서 사업비를 얼마나 떼는지는 알 수 없었다. 보험료 지수, 표준순보험료 같은 처음 보는 용어만 나와 있었다. 김 씨는 보험사들이 사업비를 지나치게 많이 책정한다는 신문기사를 본 기억이 떠올라 답답했다.

현재 보험사들은 변액보험을 제외한 보험 상품에 대해서는 전체 보험료 중 사업비 비중을 정확하게 공개하지 않고 ‘보험료 지수’만 공표한다. 보험료 지수는 보험 상품의 위험보험료와 사업비 수준을 나타낸 수치다. 보험료 지수가 155.6%이면 표준순보험료 대비 55.6% 비싸다는 뜻이지만 이 지수만으로는 전체 납입 보험료 중에서 사업비로 얼마나 썼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

이처럼 보험사들은 ‘사업비는 납입 보험료의 20%’라고 알려주는 대신 보험료 지수를 만들어 공개하고 있다. 이를 두고 보험업계에서는 “보험료 지수가 좀 복잡하긴 해도 가장 정확하게 알려줄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하지만 일각에서는 높은 사업비 비중을 감추기 위한 ‘꼼수’라는 시각도 있다.

그래픽 서장원기자 yankeey@donga.com
그래픽 서장원기자 yankeey@donga.com
실제로 보장성 보험은 납입 보험료에서 사업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50% 안팎에 이른다. 보험료로 내는 돈의 절반 정도가 보험금 지급에 대비해 쌓아두는 게 아니고 보험사의 영업 등을 위한 돈으로 사용된다는 뜻이다. 사업비 비중은 종신보험이 20∼30%, 변액보험이 10∼15% 수준이다. 보통 보험료가 낮을수록 보험설계사들이 적극적으로 판매하지 않기 때문에 보험사들이 사업비를 많이 책정해 판매 인센티브로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험사 상품개발 담당 임원 출신인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장성 보험은 보험료가 월 5만 원 안팎으로 비싸지 않아 가입자들이 사업비에는 크게 관심이 없다”며 “보험사들이 보험료 지수만 공개하는 것은 소비자들의 이런 무관심을 악용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두철 한국보험학회장(상명대 금융보험학부 교수)은 “상품 공시는 기본적으로 소비자들이 보험 상품을 이해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지금처럼 보험료 지수만 공표해서는 소비자들이 이해하기 힘들기 때문에 좀 더 알기 쉽게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보험#정기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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