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콜롬비아가 2년 6개월간의 협상 끝에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다. 한국이 맺은 10번째 FTA이다.
박태호 통상교섭본부장과 세르히오 디아스그라나도스 콜롬비아 통상산업관광장관은 25일(현지 시간) 콜롬비아 보고타 대통령궁에서 양국 정상이 지켜보는 가운데 FTA 협상 타결을 공식 선언하고 공동선언문에 서명했다. 양국은 법률 검토 작업과 협정문 서명을 거쳐 국회 비준 동의 등 국내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양국은 이번에 체결된 FTA에 따라 사실상 모든 교역 품목의 관세를 협정 발효 후 10년 내에 철폐하기로 했다. 콜롬비아는 한국의 주력 수출품인 승용차에 대해 발효 후 10년 내에 현재 35%의 관세를 완전히 없애고, 자동차 부품(관세율 5∼15%)은 최대 5년 내, 섬유류(15∼20%)는 7년 내에 관세를 철폐할 예정이다.
콜롬비아의 대(對)한국 수출의 30%를 차지하는 커피(2∼8%)에 대해선 3년 안에 관세를 없애고 화훼(25%)는 7년, 바나나(30%)는 5년, 뼈 없는 쇠고기(40%)는 19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관세를 철폐할 계획이다. 다만 한국에 민감한 쌀 고추 마늘 양파 명태 등 153개 품목은 양허(개방) 대상에서 뺐고, 쇠고기와 감귤에 대해선 필요 시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를 취할 수 있도록 합의했다.
박 본부장은 “쇠고기 수입시장 개방에 대한 우려가 있을 수 있지만 한국이 매년 호주와 미국 등지에서 수입하는 쇠고기 25만 t과 비교할 때 콜롬비아의 지난해 전 세계 쇠고기 수출 물량(5000t)은 매우 적어 시장 충격이 별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한-콜롬비아 FTA가 콜롬비아에서 한국 상품의 경쟁력을 높여주는 한편 한국 기업들의 중남미 시장 진출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콜롬비아는 지난해 한국과의 교역 규모가 19억9000만 달러로 교역순위 53위에 그치지만 인구 4600만 명의 중남미 3위 시장이고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매년 5∼6%의 높은 경제성장을 이어가고 있어 미래가 밝다. 특히 품질이 우수한 콜롬비아산 커피가 FTA를 계기로 국내에 싼값에 수입될 경우 국내 소비자들로서는 ‘제2의 칠레산 와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한편 콜롬비아를 국빈 방문 중인 이명박 대통령은 24일 현지 유력 신문인 엘티엠포와의 인터뷰에서 “양국 간 FTA가 체결되면 향후 5년간 양국 간 교역액은 5배 이상 확대될 것으로 기대되며 양국 간 투자도 크게 늘어날 것”이라며 “앞으로 한국은 콜롬비아를 남미 시대를 열어갈 교두보로, 콜롬비아는 한국을 아시아 시장 진출을 위한 거점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고타=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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