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위기”… 기업들 비상경영 고삐 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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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27일 03시 00분


그룹 총수들 나서 대응 독려… 경제단체 설문에도 위기감

유로존 위기로 세계 실물경기가 위축되자 국내 기업들이 비상 경영체제를 강화하고 있다. 주요 그룹 총수들은 사태가 장기화할 것에 대비해 임직원에게 위기의식을 불어넣으며 긴장할 것을 주문했다.

기업을 대상으로 한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 등 경제단체의 설문조사 결과에도 이 같은 위기감이 그대로 반영됐다.

그룹 총수들은 위기상황이 길어질 것에 대비해 긴장의 고삐를 죄고 있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25일 해외법인장 및 지역본부장 50여 명을 불러 “유럽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우리가 전혀 경험해 보지 못했던 위기상황이 올 것”이라고 경각심을 강조하며 SK경영경제연구소를 통해 세계 경기의 흐름을 매주 한 차례, 재무구조 개선 관련 보고도 매주 한두 차례 정기적으로 챙기고 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도 이달 한 달간 진행되는 전략회의에서 계열사 사장들과 위기 대응을 위한 전략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은 지난주 사장단회의에서 정기영 삼성경제연구소장을 초빙해 해외 경제 현안에 대한 강연을 들었다.

비교적 실적이 좋은 전자업계도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LG전자는 미국 뉴저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중국 베이징(北京), 싱가포르 등 4곳의 해외 금융센터를 포함해 전사(全社) 차원에서 세계적 경영활동으로부터 발생할 수 있는 재무위험을 살피고 있다.

전경련은 매출액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7월 전망치가 89.7로 올 2월(91.0)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고 26일 밝혔다. BSI가 100 아래이면 경기를 부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보다 많다는 뜻이다. 이는 유럽발(發) 재정위기에서 비롯된 글로벌 경기침체로 수출이 타격을 입고, 부동산 침체와 과도한 가계부채 등으로 민간소비가 위축된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유럽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직격탄을 맞고 있다. 전경련이 유럽 현지에 진출한 회원사의 현지법인과 지사 90곳을 조사한 결과 응답회사의 87.6%가 “유로존 위기로 기업 경영활동에 영향을 받고 있다”고 답했고, 82.8%는 “매출에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들은 특히 외환리스크 관리(63%), 현지 공급 및 판매망 관리(61.9%), 매출채권 회수(61%) 등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기업의 79.8%는 내년 하반기 이후에나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보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65.6%의 기업은 “하반기 경영목표의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매출액이나 이익을 낮춰 잡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기업에 비해 시장 다각화가 어렵고 내수 의존도가 높은 중소기업들 역시 이번 위기의 여파를 체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전국 360개 중소기업을 조사한 결과 응답기업의 32.5%가 ‘심각한 경영위기를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고 이날 밝혔다. 지난해 같은 조사 때의 14.8%에 비해 17.7%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적자 상태’라는 응답은 25.6%, ‘흑자이지만 수입이 감소하는 중’이라는 답변은 25.3%였다.

이날 산업연구원(KIET)은 올해 국내 경제가 3.2%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달 발표한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3.3%)에 못 미치는 것이다.

박용 기자 parky@donga.com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유로존#그룹 총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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