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1학년인 아들이 몸이 약해 한 달에 70만∼80만 원어치의 한약을 먹이며 공부시키고 있는데요. 내신에만 계속 올인할까요, 아니면 논술과 수능도 신경 써야 할까요?”
“애가 중학생인데 짧게 한 1년 정도 해외에 보내 영어 공부를 시키는 것이 특목고 입학, 더 나아가 대학 입학에 도움이 될까요?”
26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입시설명회. 초등학생 부모부터 고3 부모까지 350여 명의 학부모가 자녀 교육과 입시에 대해 묻고 또 물었다. 직장에 휴가를 내고 참석한 아버지들도 설명회 내내 진지한 태도로 메모를 했고 설명회가 끝난 뒤에도 일대일 면담을 원하는 부모들의 줄이 길게 이어졌다.
하지만 이날 설명회는 대형 입시학원이나 컨설팅업체가 아닌 증권사가 주관한 행사였다. 강단에 오른 강사도 입시 컨설턴트가 아닌 유진투자증권의 교육담당 김미연 애널리스트(36·여)였다.
○ ‘애널리스트, 강남 엄마 사로잡다’
김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5월 증권 분석 보고서가 아닌 고입, 대입 입시전형 분석 자료인 ‘교육의 정석’을 내놓았다. 이 자료는 뜨거운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까다롭기로 소문난 서울 강남구 대치동 엄마들은 물론이고 입시정보에 목말랐던 워킹맘들의 ‘필독서’로 떠올랐다. 강남 엄마들이 정보를 교환하는 인터넷 카페에선 이 자료를 앞다퉈 공유했고 일부 입시컨설팅업체들은 100쪽이 넘는 이 자료를 따로 묶어 돈을 받고 팔기까지 했다.
‘교육의 정석’이라는 단정적인 제목과 증권사 교육업종 애널리스트가 내놓은 입시 전략서라는 점이 학부모들의 눈길을 끄는 요소였다. 그중 애널리스트 특유의 풍부한 통계와 객관적인 입시전략 분석이 돋보였다. ‘외고, 과학고 가야 하나’ ‘수시, 꼭 해야 하나’와 같은 문제를 키워드로 던진 뒤 서울대 합격자 중 특목고 비중, 서울대 합격자 수 상위 25개 고교, 수시모집 인원과 같은 통계들을 촘촘히 엮어 나름의 결론을 제시했다.
김 애널리스트는 “점점 더 복잡하고 어려워지는 입시전형을 제대로 정리해 투자자들에게 도움을 주겠다는 것이 자료 작성의 취지였다”며 “단편적인 입시설명회나 입시자료는 있어도 중학교부터 대입에 이르기까지 입시전형을 전체적으로 다룬 자료가 부족해 저의 보고서에 대한 반응이 뜨거웠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5월 국제중 입시전형까지 다룬 ‘교육의 정석2’를 내놓았다. 일반적인 리포트는 700부가량 찍지만 이 자료는 3000부나 인쇄했고 그마저도 동이 났다. 이에 유진투자증권은 고객서비스 차원에서 아예 이달 29일 부산, 7월 5일 광주 등 전국 순회 설명회에 나섰다.
○ 다른 증권 보고서도 인기
‘교육의 정석’만큼은 아니지만 각종 통계와 현장 탐방 등을 담은 보고서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밖에서 인기를 끄는 사례가 자주 나타나고 있다.
정유석 LIG투자증권 애널리스트가 2월 내놓은 ‘YG엔터테인먼트 소속 연예인 X-파일’은 눈길을 끄는 제목과 함께 빅뱅, 2NE1, 싸이 등 소속 가수별로 올해 벌어들일 연간 매출을 추산해 연예가에서 화제를 모았다.
정재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5월 엔씨소프트의 신작 ‘블레이드앤소울’의 비공개 테스트 기간에 서울 주요 지역의 PC방을 찾아다니며 이 게임을 해본 10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신작에 대한 반응을 미리 평가한 덕분에 게임 팬들의 눈길을 끌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