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 떨어진 유럽 기업 사자”… M&A ‘큰손’ 中 잇단 쇼핑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27일 03시 00분


중국 등 신흥국의 기업들이 재정위기로 몸살을 앓고 있는 유럽에서 기업 인수합병(M&A)에 활발히 뛰어들고 있다. 유로존 위기가 확산되면서 유럽 기업의 자산가치가 많이 떨어진 데다 미국 시장보다 M&A 걸림돌이 적어 유럽을 향한 신흥국 기업의 러브콜은 계속해서 늘어날 전망이라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26일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중국 식품업체인 광밍식품(브라이트푸드)은 지난달 시리얼로 유명한 영국의 식품회사 위타빅스를 12억 파운드(약 2조1700억 원)에 사들였다. 이에 앞서 2월엔 중국 중장비업체 싼이중공업이 세계 레미콘 시장 점유율 1위인 독일의 장비제조업체 프츠마이스터를 5억7000만 유로(약 8260억 원)에 인수했다.

또 세계 최고 부자로 꼽히는 카를로스 슬림 회장이 이끄는 멕시코 통신업체 아메리카모빌은 최근 네덜란드 통신사업자 KPN의 지분을 28%로 늘릴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투자컨설팅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지난해 신흥국 기업들의 외국기업 M&A 규모는 모두 2360억 달러. 이 가운데 선진국 기업 인수대금이 1280억 달러 규모였으며 이 중 60%(768억 달러)가 유럽 기업을 인수하는 데 쓰였다.

올 들어 신흥국 기업이 선진국에서 진행한 M&A 가운데 유럽 기업의 비중은 이미 50%(613억 달러)를 넘어섰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크리스토퍼 네테세임 중국담당 대표는 “특히 중국 기업이 유럽 시장에 관심이 많다”며 “앞으로 유럽에서 더 많은 M&A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계속된 경기침체로 유럽 기업이 헐값에 매물로 나오면서 신흥국 기업이 이를 주워 담고 있다고 FT는 분석했다. 대표적으로 프츠마이스터의 가격은 재정위기 이전 10억 유로로 평가됐지만 거의 절반 가격에 중국의 싼이중공업이 인수했다.

또 유럽 기업이 미국 기업보다 M&A 대상 업종과 규모가 훨씬 다양하다는 점도 인수합병 작업이 유럽 시장으로 몰리는 이유라고 FT는 평가했다.

유럽과 중국과의 관계가 미-중의 관계보다 비교적 원만한 점도 유럽 M&A 시장의 매력으로 꼽혔다.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華爲)가 미국 통신보안업체 스리콤(3Com) 인수에 나섰을 때 미국 정치인들이 국가안보를 이유로 무산시킨 것이 대표적 사례로 꼽혔다. 반면 유럽 정치인들은 일자리 창출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고용 문제가 보장되면 M&A에 호의적인 편이다.

FT는 “이런 움직임이 유럽 경제위기를 반영한 결과라는 시각도 있지만 25년 전 일본의 집중적 투자가 영국 자동차산업을 비롯해 유럽경제 회복의 발판이 됐던 것처럼 유럽 경제에 활력이 될 수 있다는 낙관적 분석도 있다”고 전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M&A#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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