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칫솔 거치대가 있는데도 이를 닦고 무심코 양치용 컵에 넣어요. 그게 편하니까요. 그걸 보고 ‘컵을 충전기로 쓰면 어떨까’란 생각을 하게 됐죠.”
올해 3월 세계 3대 디자인상 중 하나인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에서 필립스 소닉케어의 전동칫솔 ‘다이아몬드 클린’이 최우수디자인상을 받았다. 칫솔이 디자인상을 받은 것은 이례적이다. 오랫동안 생활 속에 일상으로 자리 잡은 물건이라 감성 디자인을 입힌다는 것 자체가 낯선 개념이기 때문이다. 필립스 소닉케어 디자인팀을 이끄는 바트 마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사진)는 “사람들이 제품을 사서 쓰기까지 모든 단계를 세밀히 관찰하는 것이 첫 번째 단계”라며 “칫솔이라는 1차원적인 제품이 어떻게 소비자의 감성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까 고민했다”고 말했다.
디자이너들은 사람들이 이를 닦고 컵에 칫솔을 넣어두는 습관을 발견하고 컵에 넣어두어도 충전이 되는 아이디어를 냈다. 이를 닦은 뒤 칫솔을 컵에 넣은 채로 전용 거치대 위에 올려놓으면 충전이 되는 것이다. 칫솔 디자인에도 ‘복잡함을 피하고 단순해지자’며 사용자 경험을 우선순위에 올려놓았다. 그래서 여행 중에는 전용 케이스에 넣고 USB 선으로 노트북 컴퓨터와 연결해 충전할 수도 있다.
마시 씨는 “단순한 기능을 가진 생활용품도 사용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며 시계를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사람들은 손목시계가 없어도 되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여전히 시계를 사고, 때로는 수천만 원을 선뜻 내놓는다. 그는 “처음 뻐꾸기시계가 나왔을 때 사람들은 시간을 확인하는 것 이상의 즐거움을 얻었다”며 “뻐꾸기시계는 평범한 제품이 어떻게 혁신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줄 수 있을지 보여준다”고 말했다
마시 씨가 이끄는 필립스 소닉케어 디자인팀이 설계한 ‘에어플로스’도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본상을 받았다. 에어플로스는 치간 세정을 도와주는 신제품이다. 노즐(관)을 최대한 가늘게 만들면서 인체공학적인 각도로 구부러지게 해 이 사이에 물을 분사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필립스 소닉케어 상품 중에서 처음으로 ‘디자인 실용 특허’를 받기도 했다. 노즐이 입 안 어디에나 닿을 수 있도록 오랫동안 설계해 만들었다.
마시 씨는 “손목시계를 사러 판매점에 가 점원에게 ‘평생 동안 쓸 시계를 찾고 있다’고 하자 판매원이 ‘대를 물려 쓸 수 있는 시계’라며 태그호이어의 ‘카레라’를 보여줬다”며 “요즘 그 시계를 찰 때마다 행복하다. 이처럼 전동칫솔을 포함한 오럴 헬스케어 제품에서도 오랫동안 아름다움을 간직할 수 있는 클래식한 디자인을 선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