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단합대회를 해외에서 하는 곳, 정년이 지나도 계속 일할 수 있는 곳, 1953년 창사 이래 59년간 단 한 명도 해고하지 않은 곳. 대구 수성구에서 손수건, 가죽장갑, 스카프 등을 만드는 서도산업 이야기다. 지난달 25일 전화로 이 회사 한재권 대표(57·사진)를 만났다.
대(代)를 이어 기업을 이끌어오는 한 대표는 “‘같이’의 가치를 소중히 여긴다”며 “최고의 나눔이 일자리 제공”이라고 말했다. 섬유산업이 3D 업종이라는 인식 때문에 젊은이들이 기피하는 바람에 개성공단에 진출하면서도 이 회사는 고용인원을 줄이지 않았다. 지난해에는 인턴 17명을 모두 정규직으로 채용했다.
만만찮은 인건비를 감당하기 어려웠던 적은 없을까. 한 대표는 “직원들이 한마음으로 일한 덕분에 회사는 매년 성장하고 있다”며 “해고나 구조조정이 정답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실제 서도산업의 매출은 2007년 367억900만 원에서 지난해 746억5900만 원으로 껑충 뛰어올랐다. 같은 기간 근로자 수도 301명에서 774명으로 증가했다.
서도산업은 ‘해고 없는 직장’을 넘어 ‘일하기 좋은 직장’을 지향한다. 정년인 만 60세가 넘어도 일할 의지만 있으면 계속 일할 수 있다. 62세가 넘은 직원도 9명이나 된다.
서도산업은 직원들의 노고를 격려하기 위해 5년마다 한 번씩 외국에서 대규모 직원 단합대회를 열고 있다. 지난해 5월에는 직원 354명이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3박 4일간 ‘노사 한마음대회’를 열었다. 공장을 가동하지 못해 생기는 손실과 직원들의 체류비용, 항공료를 감안하면 4일 동안 약 2억5000만 원이 든 행사였다. 그러나 한 대표는 “직원들이 회사의 성장을 직접 느끼고 자부심을 갖는 것이 당장의 손실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해 이 프로그램을 기획했다”며 “앞으로도 직원 단합대회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닥스, MCM, 아널드 파머, 피에르가르뎅 등 국내외 브랜드와 기술제휴를 맺은 서도산업은 특히 손수건 분야에서는 국내 시장 점유율 60%를 차지한 독보적인 기업이다. 백화점 납품을 통해 제품의 기술력을 인정받고 일본 및 중국시장에도 진출했다.
한 대표는 “경쟁이 치열하지만 손수건뿐만 아니라 스카프와 우산, 양산 등에서도 꾸준히 시장점유율을 늘려갈 계획”이라며 “‘최고의 품질만이 경쟁에서 마지막 승자가 된다’는 생각으로 전 직원이 합심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