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63개 그룹의 주식 소유 현황과 총수 일가의 지분을 공개하며 ‘경제민주화’ 논쟁에 다시 불을 붙인 데 대해 재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단체들은 올해 대통령 선거에서 대기업 개혁이 주요 이슈가 될 것에 대비해 재계의 논리를 준비하고 홍보방안을 연구 중이다.
공정위의 조사 결과가 ‘총수 일가가 적은 지분으로 거대 기업을 지배하고 있다’고 해석되는 데 대해 대기업들은 2일 ‘억울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그룹들은 “지주회사가 계열사를 지배하는 그룹에서 총수의 지분이 낮은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는 불만의 목소리를 냈다.
전경련 관계자는 “신사업 자회사를 만들 때 계열사가 투자해 총수의 지분이 줄어들면 ‘소유와 지배의 괴리가 있다’고 비판하고 총수가 직접 자회사에 투자하면 ‘편법 상속·증여를 하려는 것 아니냐’고 욕을 먹는다”며 볼멘소리를 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공정위가 올해 처음으로 지분도(圖)를 작성해 공개했다지만 새로운 내용은 없다”며 “지분 구조를 하루아침에 바꿀 수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이와 관련해 전경련은 2일 발표한 ‘가족지배기업 장점 9선(選) 및 경영성과 보고서’에서 “회계법인 언스트앤드영이 유럽 3만4000여 개 중소기업을 분석한 결과 가족지배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고용창출을 2배로 더 많이 했고 매출도 더 성장했다”고 주장했다. 전경련은 또 이 보고서에서 “가족지배기업이 한국적인 현상이라는 편견이 있지만 실은 선진국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지배구조”라고 강조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7∼12월) 동안 국민의 오해를 풀어 나가는 활동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경련 유관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은 5일 경제민주화와 복지 이슈 등을 다루는 사회통합센터를 열고 10일에는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경제민주화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세미나도 열 예정이다. 진보진영이 선점한 이슈를 시장논리 관점에서 접근하겠다는 계획이다. 한경연은 또 처음으로 올해 대선에서 주요 후보들의 공약을 경제뿐 아니라 전 분야에 걸쳐 평가할 방침이다.
대한상공회의소도 경제민주화 등 현안과 관련해 ‘대선 공약에 바라는 경제계 의견’ 건의서를 다음 주 각 정당에 전달할 계획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경영계의 목소리를 담은 대선 공약 관련 건의서를 조만간 각 정당과 유력 주자에게 전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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