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를 위한 보고여서는 안 됩니다. 한 번 보고한 내용은 반드시 그대로 실행해야 합니다. 나중에 결과가 나왔을 때 국내외 경기 침체 등 예상치 못한 환경 변화에 핑계를 대는 일은 있을 수 없습니다.”
지난 한 달 동안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진과 잇달아 전략회의를 가진 구본무 LG그룹 회장(사진)은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여러 차례 이렇게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 회장은 구체적 실행 방안이 부족한 보고에 대해 강하게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매년 열리는 전략회의 때마다 중장기 계획을 세우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목표 달성을 미루다 보면 기업 경쟁력이 몇 년씩 뒤처지게 된다”고 말했다. LG그룹 고위 관계자는 “예년보다 발언 강도가 훨씬 높았다”고 전했다.
이 같은 시각은 3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임원 세미나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구 회장은 전략회의 후 처음 한 이날 연설에서 “전략회의를 가졌는데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방안이 충분치 않은 부분이 있었다”고 공개적으로 지적했다. 이어 “선언적 구호에 불과한 목표나 전략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임원들이 앞장서서 약속한 부분은 철저히 실행하는 것을 문화로 정착시킬 것”을 당부했다.
그룹 안팎에선 구 회장이 대내외 사업 여건이 불투명한 가운데 전자, 화학, 디스플레이 등 주요 사업이 눈에 띄게 개선될 조짐을 보이지 않는 것과 관련해 조직의 체질까지 바꾸는 강도 높은 해법을 내놓은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구 회장은 올 하반기 시장 전망에 대해서도 “시장 회복이 여전히 불투명하다”고 진단하고 “사업 전반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위기 속에서도 기회를 찾아내는 혜안으로 미래 준비에 만전을 기해 달라”며 “필요한 곳에서는 당장의 성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인재를 뽑는 등 과감하게 자원을 투입하라”고 당부했다. 회사 측은 “단기 성과에 연연하지 말라는 의미”라고 풀이했다.
이날 임원 세미나에는 강유식 ㈜LG 부회장, 구본준 LG전자 부회장, 김반석 LG화학 부회장,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조준호 ㈜LG 사장 등 최고경영진과 서울 경기 지역에 근무하는 임원 300여 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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