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한 싸움을 걸 땐 당당하게 맞서 방어하면 됩니다. 이런 사건이 터졌다고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를 없애자고 주장하는 건 우리의 국익(國益)을 저해하는 일입니다.”
론스타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투자자-국가소송의 정부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태평양의 김갑유 변호사(50·사진)는 4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소송이 두려워 피하고 겁먹는 건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나 국력에 어울리지 않는 일”이라고 말했다.
론스타가 외환은행 지분 매각에 따른 양도소득세 3915억 원을 돌려 달라고 낸 세금환급 청구를 국세청이 3일 거부해 이 사건은 ISD로 넘어가게 됐다. 한국 정부로선 ISD 제소의 첫 사례다.
김 변호사는 “정당한 투자자가 차별을 받을 때 이용하는 제도인 ISD가 론스타 같은 투자자 때문에 욕을 먹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론스타는 (외환카드) 주가 조작이라는 불법을 저질러 외환은행 대주주 자격을 잃고도 제 값에 주식을 팔고 나간 투자자”라며 “외국계 펀드라고 차별해서 세금을 무겁게 매긴 것도 아닌데 근거 없이 ISD로 물고 늘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론스타의 제소를 계기로 한국이 맺은 자유무역협정(FTA) 등에 포함된 ISD를 폐기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김 변호사는 “ISD는 해외에 투자한 한국 기업을 포함한 선량한 투자자를 보호하는 제도”라며 반대 논리를 폈다.
론스타처럼 제3국에 세운 페이퍼컴퍼니(유령회사)를 이용한 ISD 제소를 막으려면 한국이 체결한 FTA와 투자보호협정(BIT)을 모두 개정해야 하며, 이는 불합리할 뿐 아니라 한국 기업의 권익을 보호할 기회를 잃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ISD는 한-유럽연합(EU) FTA를 제외하고 한국이 맺은 9개 FTA, 81개 국가와 맺은 BIT에 포함돼 있다.
그는 “공정한 사법제도를 운영하면서 외국인투자가를 차별하지 않는 한국이 ISD를 피할 이유가 없다”며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가 개방을 하지 말자는 건 생존을 포기하겠다는 소리”라고 주장했다.
이번 사건이 ISD로 넘어가면 세계은행 산하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서 국제중재 절차를 밟게 된다. ICSID 중재위원인 김 변호사는 2009년 아시아인 최초로 유엔 산하 세계상사중재위원회(ICCA) 사무총장으로 선출된 국제중재 전문가다.
그는 “ISD는 처음이지만 한국은 이미 2000년 전자통신연구원(ETRI)-퀄컴 간 중재, 2009년 현대오일뱅크-아부다비국영석유투자회사(IPIC) 간 중재 등에서 승소한 경험이 있다”며 “국제 분쟁에서 한국이 일방적으로 불리하다는 주장은 지나친 기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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