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全임원 6:30 출근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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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5일 03시 00분


미래전략실 ‘위기경영’ 초강수 조치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 격인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이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삼성물산 등 그룹의 전(全) 계열사 임원에게 오전 6시 반에 출근하라는 지침을 전달했다. 삼성그룹의 조기출근 조치는 대내외 경영 환경을 둘러싼 삼성그룹의 위기 진단이 예상보다 심각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로 보인다. 재계의 방향타 역할을 하는 삼성의 조기출근 조치는 다른 기업의 근무체제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본보 4일자 A1면 삼성전자 4년만에…


4일 복수의 삼성 관계자에 따르면 최지성 미래전략실장은 최근 삼성그룹 전 계열사 임원을 대상으로 유럽 재정위기를 언급하며 2일부터 오전 6시 반에 출근하라고 말했다. 또 최 실장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새벽에 출근하는 것은 일종의 메시지가 있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빠를 때는 오전 6시에도 출근한다.

조기출근은 최 실장이 6월 초 취임한 뒤 전 계열사에 보내는 사실상 첫 지시로 임원이 변화 주체로서 일반 직원을 대상으로도 위기의식을 전파하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삼성 측은 “미래전략실이 조기 출근하라고 각 계열사에 전파했으며 강제사항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각 계열사 임원은 대부분 조기출근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그룹의 전격적인 조기출근 조치는 유럽 위기에 따른 삼성전자 등 계열사 매출 감소 우려에 대비해 전 직원에게 위기의식의 고삐를 죄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최근 해외시장 상황이 예상범위를 벗어난 ‘위기’ 국면에 접어들면서 올해 2분기(4∼6월)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추정치(7조 원 안팎)보다 낮은 6조5000억∼6조7000억 원 안팎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실적이 사상 최대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삼성전자 전체 이익의 70∼80%를 차지하는 스마트폰 사업을 빼면 나머지는 큰 손실을 본 것이나 다름없다. 삼성그룹 고위 관계자는 “그룹 내에서 이익을 창출하는 사업 분야가 한 곳에 편중된 데 대한 위기감이 크다”고 전했다.

현재 삼성그룹은 공식적으로 위기경영 용어를 쓰지 않지만 경영현장 곳곳에서 위기경영 움직임이 감지된다. 미래전략실장 교체는 물론이고 삼성전자가 부문별 사업을 점검하는 글로벌 전략회의를 예년보다 보름 앞당겨 진행했다. 이인용 삼성 커뮤니케이션 팀장(부사장)은 “환율 유가 등 경영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지표에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는 현 시기를 위기상황이라 인식하고 이에 맞는 시나리오 경영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조기출근에 대해서는 반응이 엇갈린다. 일부에서는 ‘직원들의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조치인 동시에 관리의 삼성으로 돌아가는 전형적인 조치’ “오전 7시 출근, 오후 4시 퇴근하는 2003년의 ‘7·4제’보다도 피로감이 더 심할 것”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조기출근 자체가 위기관리 경영을 효과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수단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채널A 영상] 삼성전자, 4년 만에 다시 ‘위기 경영’ 체제 돌입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삼성#위기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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