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펀드 투자자들은 우울한 시간을 보냈다. 국내 주식형펀드 대부분이 코스피 변동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익률을 나타냈기 때문이다. 전문가라는 펀드매니저가 운용한 성적이 코스피 움직임도 따라가지 못한 탓에 “펀드 수수료가 아깝다”는 투자자들의 원성이 나온다. 그나마 삼성그룹주에 투자한 펀드와 일부 해외펀드가 선전했다.
이런 추세가 하반기에도 지속될까. 7월 이후에 신규 가입을 한다면 어떤 펀드를 골라야 할까. 증권업계 투자전략가들은 수익률 기대치를 낮추고 투자 금액을 줄이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올 하반기 펀드 투자 원칙으로 보수적 투자를 제시한 셈이다.
○ 국내 주식형펀드, 코스피 상승률보다 못해
11일 펀드평가사인 에프앤가이드와 제로인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주식형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0.88%를 나타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 1.55%를 밑도는 수치다. 올 상반기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독주가 이어지면서 이들 종목 비중이 낮은 펀드들은 저조한 수익률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삼성전자 현대차의 상승세가 한풀 꺾인 5월 이후 뒤늦게 이들 종목을 편입시킨 펀드들은 수익률이 더욱 나빴다.
올 상반기 펀드시장에서는 단연 삼성전자가 돋보였다. KB자산운용의 ‘KB중소형주포커스자[주식]A’가 19.46%로 수익률 1위를 기록했을 뿐 나머지 수익률 10위 이내를 삼성그룹주 펀드가 휩쓸었다. 이들 펀드는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삼성 계열사 주가가 급등하면서 약세장에서도 6개월 만에 8%를 웃도는 수익을 올렸다. 한국운용의 성적도 돋보였다. 이 회사가 운용하는 펀드가 국내 주식형펀드 수익률 4∼10위를 차지했다. 모두 삼성그룹주에 투자한 펀드들이었다.
○ 인덱스펀드, 베트남펀드 눈길
국내 주식형 가운데 수익률 2위와 4위는 지수의 오르내림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인덱스 펀드였다. 이들 펀드는 삼성그룹주 또는 삼성 계열 정보기술(IT)주들로 만든 지수의 변동에 따르는 상품이었다. 해외에서는 베트남 주식 비중이 높은 동남아주식펀드와 미국 주식 중심의 북미주식펀드가 비교적 높은 수익률을 보였다.
동남아주식펀드는 베트남 증시가 올 상반기 20% 이상 급등한 효과에 따라 7.15%의 수익률을 나타냈다. 북미주식펀드(5.84%), 헬스케어펀드(12.78%), 해외부동산펀드(10.22%) 등도 좋은 성적을 거뒀다.
대형 펀드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현상도 두드러졌다. 올 들어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국내 공모형 주식형펀드에서 1조7000억 원이 이탈했다. 올 초 코스피가 2000을 돌파하자 지난해 말 폭락장에서 마음고생을 한 투자자들이 대거 환매에 나선 때문이다. 이후 유럽 금융위기 등 해외 변수에 따라 증시 불안이 이어지자 신규 자금 유입도 부진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1조4400억 원), 한국운용(―1890억 원), 삼성운용(―1480억 원) 등 대형 자산운용사들의 펀드 순유출도 나타났다. 해외 주식형펀드에서도 상반기 중 2조 원 이상이 빠져나간 것으로 집계됐다.
○ 하반기 보수적 투자가 바람직
증권업계 투자전문가들은 하반기 증시 전망을 묻는 질문에 “우리도 도저히 감을 잡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글로벌 경제가 불투명하고 해외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심재은 삼성증권 도곡지점장은 “올 하반기에는 수익률 기대치를 낮추는 게 바람직하다”며 “새로 펀드에 가입한다면 소액 투자가 낫다”고 조언했다.
안정적이면서 웬만큼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펀드로는 ETF 등 인덱스 펀드가 첫손에 꼽혔다. 코스피200지수에 따르는 코덱스200ETF를 예로 들면, 코스피 1,800 선에서 사고 1,850∼1,900 선에서 파는 방식이다.
상반기 낙폭이 컸던 화학·철강·정유주, 저평가된 중소형 가치주 등으로 구성된 펀드도 하반기 유망할 것으로 전망됐다. 해외 펀드 중에서는 신흥시장보다는 미국 시장이 안정적일 것으로 평가됐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