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라면… 베이컨 버거… 여기 구내식당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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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12일 03시 00분


1주일에 64가지 메뉴… 삼성엔지니어링 ‘다문화경영’

삼성엔지니어링의 한 외국인 직원이 구내식당에서 음식을 받아 들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40개국에서 모인 200여 외국인 임직원의 기호에 맞춰 구내식당에서 매주 64가지에 이르는 ‘다문화 메뉴’를 개발해 제공하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 제공
삼성엔지니어링의 한 외국인 직원이 구내식당에서 음식을 받아 들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40개국에서 모인 200여 외국인 임직원의 기호에 맞춰 구내식당에서 매주 64가지에 이르는 ‘다문화 메뉴’를 개발해 제공하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 제공
서울 강동구 상일동 삼성엔지니어링 새 사옥에서는 점심시간마다 다른 기업에서 볼 수 없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지하 1, 2층에 마련된 구내식당에 피부색이 다른 임직원들이 ‘JAPAN’, ‘INDIA’, ‘ARAB’ 등으로 분류된 표지판을 따라 급식대에 줄을 서는 것이다.

메뉴도 화려하다. ‘코리안’, ‘웨스턴’, ‘오리엔탈 누들’, ‘오리엔탈 라이스’ 등 일주일에 64가지 종류로 제공되는 메뉴는 서양에서 온 직원을 위한 베이컨 버거부터 태국 출신 직원들을 위한 꿍팟커리까지 동서양을 넘나든다. 라면 하나만 해도 몽골라면, 미소라멘, 해산물라면 등 다양하게 요리한다. 독실한 무슬림 임직원을 위해 이슬람 율법이 인정하는 방식으로 고기를 손질한 ‘할랄 요리’도 내놓는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서 올해 4월 상일동 신사옥으로 이사하면서 회사의 핵심 인력인 외국인들을 위한 다문화 구내식당 시스템을 새로 만들었다. 도곡동 일원 9개 빌딩에 뿔뿔이 흩어져 셋방살이를 하던 직원들이 총면적 18만 m²에 이르는 대형 사옥에 모이면서 그동안 공간이 부족해 시도하지 못했던 여러 다문화 실험이 이뤄지고 있다. 하루에 다섯 번 메카를 향해 기도하는 무슬림 직원들을 위해 사옥 안에 기도실도 마련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의 전 직원 8300명 가운데 약 18%는 세계 각국에서 모인 외국인이다. 국내에 근무하는 7000명 중에서는 200명(약 2.8%)이 인도, 일본, 태국 등 세계 40개국 출신으로 독특한 다문화 집단인 셈이다.

영어와 한국어를 함께 사용하는 다른 계열사와 달리 삼성엔지니어링은 외국인 직원 비율이 높은 만큼 삼성그룹 사내(社內)포털 ‘마이싱글’ 게시판에서도 영어로만 소통한다. 주요 문서는 물론이고 임직원끼리 공유하는 주요 게시글과 식사 메뉴까지 영어로만 제공한다. 이 때문인지 삼성그룹 공인 영어 스피킹 테스트인 OPIc 점수도 계열사 중에서 가장 높다.

삼성엔지니어링이 새 사옥에 이 같은 ‘다문화 경영’을 구현한 것은 엔지니어링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자원은 기술력을 가진 직원들이기 때문이다. 각종 프로젝트를 계획·설계하고 운영하는 업종의 특성상 핵심 설계인력이 회사의 경쟁력을 좌우한다. 국적을 가리지 않고 공들여 선발한 직원들이 한국 내 업무 환경에 만족하고 직원들과 거리낌 없이 소통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회사의 경쟁력으로 이어진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이 같은 해외 우수 인력을 바탕으로 세계시장 개척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주력 화공 사업 외에도 철강, 환경 등 비(非)화공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 2006년 12개국 수준에서 지난해 25개국까지 늘어난 해외사업 영역을 더 넓힌다는 전략이다. 삼성엔지니어링 관계자는 “꾸준히 선발한 좋은 인력을 바탕으로 해외에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더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삼성엔지니어링#구내식당#다문화 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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