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보육 등 각종 복지정책의 확대로 정부 예산 가운데 법에 따라 반드시 지출해야 하는 ‘의무지출’의 비중이 빠르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무지출의 비중이 지나치게 커지면 정부가 경기변동에 따라 나라살림을 신축적으로 관리할 수 없어 대내외 경제위기 대응 능력이 취약해진다.
11일 기획재정부의 2011회계연도 결산보고서를 국회예산정책처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의 총지출 304조4000억 원 중 의무지출액은 136조5000억 원으로 전체의 44.8%를 차지했다. 5년 전인 2007년 41.6%보다 3.2%포인트 늘어난 수준이다.
정부의 의무지출액은 2007년 99조1000억 원에서 5년간 연평균 8.3%씩 증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의 연평균 정부 총예산 증가율(6.3%) 및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6.1%)보다도 높은 것이다.
정부 예산은 지출 근거가 법에 명시된 ‘의무지출’과 정부가 상황에 따라 지출 규모를 조정하는 ‘재량지출’로 나뉜다. 의무지출에는 보육비, 대학등록금, 공적연금 지원 등 복지 분야 주요 지출과 지방교부금 등이 포함된다. 사회간접자본(SOC), 연구개발(R&D) 사업예산 등은 재량지출이다. 의무지출은 법령에 따라 지출 대상과 규모가 결정되기 때문에 한번 정해지면 조정이 어렵고 수혜층의 인구가 늘면 자동적으로 증가된다. 경제 전문가들은 남유럽 재정위기의 주요 원인으로 경제성장률 하락과 함께 정부 예산 중 복지예산 등 의무지출의 증가를 꼽고 있다.
한국의 의무지출 증가도 복지지출의 급격한 확대가 가장 큰 원인이다. 4대 공적연금과 고용·산재보험 등 사회보험 지출은 2007년 21조 원에서 지난해 30조6000억 원으로 연평균 9.9%씩 늘었고, 무상보육 등 국고보조형 사업 지출은 5년간 매년 14%씩 증가했다. 이 복지지출은 국민연금법,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기초노령연금법, 영유아보육법 등에 근거한 것으로 국회가 법을 바꾸지 않는 한 매년 정부예산에 자동 편성되며 전체 규모도 경제상황과 무관하게 증가한다.
정부는 올해부터 국회에 예산안을 제출할 때 각각의 예산항목에 의무지출 여부를 기재해 의무지출 증가에 따른 재정경직성 심화 위험성을 경고할 계획이지만 이것만으로 의무지출 증가 속도를 늦출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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