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2일 정례회의를 열어 연 3.25%이던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린 연 3.00%로 결정했다. 기준금리 인하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2월 이후 41개월 만이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이날 브리핑에서 “통화정책을 선제적으로 하기 위해 금리를 인하했다”고 밝혔다. 세계 경제의 침체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국내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나선 셈이다. 하지만 시장은 한은의 금리 인하를 경기 침체를 공식화하는 ‘기습 신호’로 받아들였다. 이날 코스피는 1개월여 만에 1,800 선이 무너지며 급락했고 국고채 값은 급등(국고채 금리는 급락)하는 등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 물가보다 성장에 방점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는 글로벌 경기 둔화로 국내 경기까지 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진단한 데 따른 것이다.
이날 금통위원들의 인하 결정이 만장일치는 아니었다. 물가 상승에 대한 염려 등으로 전날 경기 동향보고회의에서 금통위원들은 4시간 가까이 열띤 토론을 벌였다.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월 대비 2.2%로 4개월 연속 2%대로 표면적으로는 안정세이지만 이는 무상보육 등 정부가 인위적으로 억제한 영향이 크다.
하지만 이날 금통위원들은 가계부채 부담 완화와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내리는 쪽으로 뜻을 모았다. 이는 한은이 물가안정보다 성장에 우선순위를 두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김 총재는 “미국과 유럽, 중국 등 주요 교역 대상국의 경제가 침체되면서 수출과 내수 증가율이 낮아 성장세가 당초 예상보다 부진하다”고 밝혔다. 올해 상반기 한국의 대(對)유럽연합(EU) 수출은 16.0% 줄었고 대중국 수출 역시 1.2% 감소했다.
특히 한은은 저성장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우려했다. 한은은 올해 실질성장률이 잠재성장률보다 낮아지면서 ‘국내총생산(GDP) 갭’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는 점에 주목했다. 잠재성장률은 물가에 부담을 주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생산능력이다. GDP 갭이 마이너스라는 것은 확장정책을 통해 총수요를 높여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또 5일 유럽중앙은행(ECB)과 중국 중앙은행인 런민(人民)은행에 이어 브라질도 이날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한 점도 한은의 금리 인하에 힘을 실었다. 김 총재는 “(시장이 개방됐는데) 한국만 ‘마이 웨이’를 가겠다고 하는 것은 힘들다”고 말했다.
한은은 이번 0.25%포인트 기준금리 인하가 GDP 성장률을 올해 0.02%포인트, 내년 0.09%포인트 각각 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김 총재는 “기준금리 인하로 이자부담이 낮아져 경제 성장에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가계부채 총액은 911조 원에 이른다.
○ 허 찔린 금융시장 요동쳐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는 동결을 예상했던 시장의 허를 찌른 셈이 됐다. 많은 시장 참여자들은 이달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이날 코스피는 41포인트(2.24%) 하락한 1,785.39로 급락한 채 장을 마쳤다. 기준금리 인하가 경기 침체를 뜻하는 것으로 해석된 데다 장 막판에 옵션만기 물량까지 쏟아져 하락폭이 커지며 이날 시가총액 23조 원이 사라졌다. 코스피가 1,800 선 밑으로 떨어진 것은 6월 4일(1,783.13) 이후 처음이다.
또 국고채 3년물 금리는 기준금리 인하 소식이 전해지자 급락세로 돌아섰다. 전날보다 0.22%포인트나 떨어진 2.97%로 거래를 마쳤다. 특히 연내에 기준금리가 한두 차례 더 인하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자 국고채 3년물 금리는 기준금리 밑으로 떨어지는 역전현상이 벌어지면서 초강세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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