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임직원을 대상으로 마련한 ‘이건희 회장(사진)과의 점심’ 이벤트에 희망자가 2000명 가까이 몰린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은 13일 밤 참가 신청을 마감한 뒤 희망자들이 직접 올린 사연과 계열사, 성별, 직무 등을 고려해 다음 달쯤 10명을 선정할 계획이다. 식사 날짜와 장소 등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회장과의 점심’ 이벤트는 올해로 취임 25주년을 맞는 이 회장과 직원 사이의 거리감을 좁히려는 취지에서 마련했다. 이 회장은 4월 여성 임직원들과 식사 자리를 갖는 등 직원들과 만나는 자리를 부쩍 늘리고 있다. 삼성그룹의 한 관계자는 “‘회장과의 점심’ 참가 희망자들이 올린 사연 중에는 톡톡 튀는 가벼운 내용이 많았다”며 “회장을 어렵게만 생각하던 과거와 비교하면 상상하기 어려운 변화”라고 말했다.
삼성 안팎에선 최근 몇 년 사이 이 회장의 스타일이 확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회장이 매주 두 차례 이상 회사로 출근하는 것부터가 과거와 많이 달라진 점이다. 과거엔 절제된 화법으로 화두를 던져 경영의 큰 방향을 제시했다면, 6시 30분 출근처럼 현장에서 행동으로 보여주는 식으로 경영 스타일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또 올 상반기에 예고 없이 삼성전자 중국 총괄과 그룹 미래전략실장을 교체하는 등 지난해부터 시작된 수시 인사체제를 새로운 전통으로 굳히는 모양새다. 재계에선 연말 정기인사만 고집하던 삼성이 ‘깜짝 인사’로 유명한 현대자동차의 인사 스타일을 닮아가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 회장과는 반대로 부드러운 이미지였던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과거와 달리 올해 들어 목소리를 높여 주목을 받고 있다. 구 회장은 최근 공개적으로 “각 계열사의 경영 전략에 실질적인 방향이 부족했다”고 지적하는가 하면 “뼛속까지 바꾸라”는 체질 변화를 주문하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최고경영자(CEO)의 변신은 위기 극복 리더십 중 하나”라며 “스스로 변신하는 모습을 통해 새로운 전환을 임직원에게 주문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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