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A 씨는 집에서 인터넷 회선을 통해 영화를 내려받아 보는 게 큰 낙이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인터넷 속도가 느려져 이런 생활을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 통신회사가 데이터를 많이 사용하는 ‘초(超)다량 사용자’를 파악해 접속속도를 강제로 떨어뜨릴 여지가 생겼기 때문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13일 ‘통신망의 합리적 관리 및 이용에 관한 기준 토론회’를 열고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작성한 통신망 관리 기준안을 공개했다. 이는 통신사가 유무선 인터넷 망을 오가는 데이터를 살펴 이 가운데 어떤 것을 통제할지를 정하는 일종의 가이드라인 역할을 하게 된다.
가이드라인이 확정되면 앞으로 통신사는 사용자의 인터넷 사용을 파악해 무료 인터넷전화(VoIP)나 동영상 서비스, 개인 간 파일공유(P2P) 서비스 등의 이용을 제한할 수 있게 된다. 전기에 비유한다면 한국전력이 전력 사용량이 늘어날 것을 우려해 가정의 에어컨이나 전기장판 유무를 확인한 뒤 이런 제품에 전달되는 전기 공급을 끊을 수 있게 되는 셈이다. ○ 무엇이 달라지나
지금까지 소비자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카카오톡의 ‘보이스톡’이나 NHN의 ‘라인’, 마이크로소프트의 ‘스카이프’ 같은 스마트폰용 무료 인터넷전화 서비스를 제한했던 통신사들은 방통위의 조치를 환영했다. 그러나 NHN의 한종호 이사는 “통신망 과부하를 해소하려고 만든 가이드라인이 과부하를 일으키는 동영상 같은 서비스가 아니라 인터넷전화 제한이 주목표가 됐다”며 “정책적으로 통신사 매출을 지켜주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비판했다.
가이드라인에는 통신사가 무료 인터넷전화 서비스를 제한할 때 ‘이용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단서가 달려 있다. 하지만 국내 이동통신 시장은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3개사가 과점(寡占)하고 있어 소비자 대다수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통신사와 이용계약을 맺을 수밖에 없다.
또 통신사들은 초다량 사용자의 인터넷 사용량도 제한할 수 있게 된다. 미리 정한 월간 사용량 이상으로 유선 인터넷을 쓰는 사용자의 접속속도를 떨어뜨리고, 무선 인터넷은 동영상 서비스처럼 데이터 사용량이 많은 서비스를 일시적으로 제한할 수 있는 것이다.
인터넷 사용량이 급증하는 오후 9∼11시에는 대용량 P2P 서비스 사용을 제한하는 등 통신사가 특정 시간대의 인터넷 사용을 통제하는 방안도 도입한다.
○ 통신사는 제한 내용 공개해야
이번 가이드라인이 통신사에 무조건 유리한 것은 아니다. 통신사에는 제한조치를 투명하게 공개할 의무가 생겼다.
또 유사한 서비스를 통신사 입맛에 따라 선별적으로 허용하는 것도 금지된다. 예컨대 SK텔레콤이 무료 메시지를 보내는 카카오의 ‘카카오톡’과 계열사인 SK플래닛의 ‘틱톡’ 가운데 카카오톡만 제한할 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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