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과 와이파이(Wi-Fi)존을 활용해 전통시장을 찾는 고객들에게 상점 홍보는 물론이고 할인쿠폰도 발송할 수 있습니다. 정보기술(IT)이 전통시장을 보다 똑똑하고 활기차게 변화시키도록 언제나 여러분과 함께하겠습니다.”
직원이 3만2000명에 이르는 KT는 전국 235개 지사와 계열사 가운데 200개 이상이 ‘1기관 1시장’ 자매결연을 맺을 정도로 전통시장 활성화에 가장 열정적인 기업으로 손꼽힌다. 올해 안에 100% 자매결연을 목표로 하고 있다.
KT는 그간 전국 1500여 개 전통시장의 IT인프라 개선사업을 위한 사전조사를 무상으로 후원해 왔으며, 시장 상인을 대상으로 웹사이트 개설 및 블로그 마케팅 등 IT교육에도 공을 들여왔다. 전통시장 전용상품권인 온누리상품권도 매년 60억 원 이상 소비하고 있다.
이석채 KT 회장(67)은 11일 임직원 30여 명과 함께 수원못골종합시장을 방문해 시장을 찾은 고객들에게 장바구니 2000개를 나눠주며 “한국적인 맛과 멋이 녹아 있는 전통시장을 찾아 달라”고 당부했다.
경제기획원 사무관 시절부터 전통시장과 깊은 인연을 맺어온 이 회장은 “전통시장은 우리나라 활력을 상징하는 지표나 다름없다”며 “통신기술과 지역상권의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전통시장에 문화를 입힌 ‘스토리텔링 마케팅’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못골시장은 KT수원지사와 긴밀한 관계를 맺어왔다. 그뿐만 아니라 KT가 신세대의 전통시장 친밀도를 높이기 위해 개발한 스마트폰 앱 ‘올레상권정보’에 수록된 1호 전통시장이란 인연도 있다.
특히 못골시장은 자체 라디오방송국인 ‘못골 온에어’를 활용해 상인은 물론이고 고객과의 직접 소통을 시도할 정도로 대표적인 혁신 모델로 손꼽힌다. 단순히 물건을 파는 시장을 넘어 시장 자체를 콘텐츠로 바꾸는 데 성공한 것. 소상공인과 IT의 결합을 목표로 하는 KT에는 ‘혁신’을 전파할 가장 이상적인 협력모델인 셈.
이날 이 회장은 시장 상인들이 진행하는 라디오 방송에 참여해 상인과 고객들에게 방송으로 방문인사를 전하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이 회장은 “마치 외국의 유명 관광지에 온 것처럼 청결하고 활기찬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며 “대기업은 소상공인들의 권리와 영역을 빼앗지 말고 더불어 동반성장을 해야 한다”고 밝혀 상인들의 박수를 받았다.
그간 KT는 통신기업의 특성을 살려 전통시장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려는 노력을 기울여왔다. KT사회공헌 전담조직인 ‘KT IT서포터스’를 활용해 무료 IT교육뿐만 아니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한 온라인 홍보 및 결제 방식 다양화 등을 후원해 온 것. 시장 상인이 직접 고객에게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올레상권정보’ 역시 지속적인 전통시장 후원의 결실이다.
이 밖에도 KT계열사인 BC카드는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전통시장 전용 결제 플랫폼 및 멤버십 서비스'를 올 8월 세계 최초로 도입할
예정이다. 전통시장의 가장 큰 고민인 결제 방식을 IT인프라 개선을 통해 극복하겠다는 포부다. 스마트폰 결제를 위한 주변기기 역시 상인들에게 무상으로 지원된다.
“전통시장은 단순히 물건을 저렴하게 거래하는 장소가 아닌 삶의 다양한 즐거움을 체험할 수 있는 문화공간이 되어야 합니다. 이런 혁신을 위해서는 상인들의 IT 활용능력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KT의 역할이 중요해졌습니다.”
‘못골 온에어’의 DJ인 이하나 씨(29)가 “시장 상인들과 함께 듣고 싶은 음악을 추천해 달라”고 요청하자, 이 회장은 즉석에서 “고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기를 바란다는 의미에서 김범수의 ‘님과 함께’를 듣고 싶다”고 청했다.
푸른색 아치형 지붕이 씌워진 정갈한 못골시장 안에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라는 노랫말이 신명나게 울려 퍼졌다. 상인이나 손님이나 모두 몸을 들썩거리기 시작했다.
수원=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 시장 방송국… 록밴드… 요리교실, ‘스토리텔링 마케팅’ 문전성시 ▼ ■ 수원못골종합시장
“불과 10년 전만 해도 흙먼지 날리는 평범한 미운 오리 새끼였습니다. 하지만 상인들의 단합과 혁신 의지로 이제는 전국을 대표하는 매력적인 백조로 변신했습니다.”
수원 팔달문 주변 남문(南門)상권에는 100년 역사를 지닌 9개의 전통시장과 10여 개의 현대식 상가들이 오밀조밀 몰려 있다. 정조대왕이 만들었다는 팔달문 시장과 순대로 유명한 지동시장, 젊은이들이 자주 찾는 로데오 거리도 유명하다.
그런데 최근, 역사나 규모면에서 가장 변방에 있던 ‘못골시장’이 화제의 중심이다. 수원천 인근 180m의 좁은 주택가 골목 안에 형성된 자그마한 시장의 성공스토리는 이제 경영학 교과서에 들어갈 만큼 유명세를 타고 있는 것.
못골시장의 변신은 2007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문전성시 프로젝트’ 1호로 선정하면서 시작됐다. 전통시장에 문화와 스토리를 입혀야겠다고 생각한 상인들은 우선 커뮤니티 복원에 역점을 뒀다. 장사와 매출도 중요하지만 상권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내부 단합과 소통이 절실했던 것이다.
이후 못골시장의 행보는 모조리 국내 최초가 됐다. 시장방송국 ‘못골 온에어’, 시장아줌마들의 ‘못골줌마불평합창단’, 못골록밴드와 요리교실 등이 잇따라 결성되며 상인들 스스로가 못골시장의 문화상품으로 변신한 것.
상인들이 합심해 변화를 꾀하자 상가에는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2004년 하루 내방객이 4000명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하루 1만 명을 훌쩍 넘길 정도가 됐다. 시장 입점문의는 물론 견학을 오고 싶다는 전화도 쇄도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따른 고민도 생겨났다. 최근 상가 주인들이 임대료를 가파르게 올렸기 때문. 이충환 상인회장(40)은 “못골시장 상인들 100%가 세입자일 정도로 영세하다”면서 “시장활성화를 위한 상인들의 노력과 열정을 존중하는 상생의 정신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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