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공조 최대주주 美비스티온 공개매수 통한 상장폐지 추진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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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품기술-설비 국부유출 논란 2대주주 국민연금 행보 관심

자동차 에어컨·히터 등을 생산하는 국내 자동차 공조 1위 업체인 한라공조의 최대주주가 공개매수를 통한 상장폐지를 추진해 국부유출 논란이 일고 있다. 한라공조의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어떤 역할을 할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라공조의 지분 69.99%를 보유한 미국계 자동차 부품기업인 비스티온은 5일 주당 2만8500원에 한라공조 주식을 사들여 지분을 95%까지 끌어올린 뒤 회사를 자진 상장폐지하겠다고 공시했다. 비스티온은 공시에서 “상장폐지를 통해 의사결정 효율성과 경영 유연성을 높이고 한라공조의 경쟁력을 키우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라공조 경영진도 “최대주주인 비스티온이 5000만 달러 규모의 설비 투자를 약속하고 한국 경영진을 유지하기로 한 점으로 미뤄 회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공개매수 결정에 찬성했다.

하지만 노동계와 산업계 일각에서는 한라공조의 상장폐지가 국부유출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며 반발한다. 상장폐지로 공시 의무가 없어지면 국내 자동차 부품 제조기술이나 설비가 해외로 빠져나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개매수를 위한 자금 조달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비스티온은 한라공조 주식을 추가로 사들이기 위해 KB국민은행으로부터 9150억 원을 차입했다. 따라서 공개매수가 정상적으로 이뤄지더라도 차입금 부담은 한라공조가 떠안는 결과가 된다.

한편 2대 주주인 국민연금(지분 8.01%)이 이런 상황에서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도 관심사다. 국민연금은 “공개매수 제한시간인 24일까지 다각적인 측면을 검토해 결론을 내릴 것”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국민연금의 고민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주당 2만8500원의 공개매수 가격이 적정한가이다. 증권업계에서는 국민연금이 이번 공개매수 가격이 낮다고 판단하고 추후 매수가격이 높아질 것을 기대해 2차 매수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국부유출 논란도 국민연금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 국민연금이 공개매수에 참가해 지분을 넘긴 뒤 비스티온이 한라공조를 매각한다면 ‘국부유출을 간접 지원’한 셈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한라공조 직원 노조는 11일 “국민연금은 투자 수익률보다 국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해 공개매수에 응해서는 안 된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한라공조#비스티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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