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전 9시 55분 김포공항에서 출발해 제주공항으로 향하는 진에어 LJ643편 기내. 진에어 마케팅부서장인 조현민 전무(29)가 연두색 유니폼 차림으로 탑승객들에게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건넸다.
조 전무는 이날 진에어 창립 4주년을 맞아 일일 객실승무원 체험에 나섰다. 이륙을 1시간여 앞두고 승무원 운항브리핑에 참석한 그는 조금 긴장된 모습이었다. 탑승에 앞서 기자들과도 만나 “승객들을 목적지까지 편안히 모시도록 노력하겠다”며 “앞으로도 종종 승무원 체험에 나서 현장에서 고객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전무는 이번 체험에 앞서 2주간의 승무원 안전 교육과 서비스 훈련을 받았다.
비행기는 오전 11시 제주공항에 착륙했다. 조 전무는 제주에서 창립 4주년 기념 기자간담회를 열고 상반기(1∼6월) 경영실적을 설명했다. 간담회장에 유니폼 대신 검은 재킷과 청바지로 바꿔 입고 나타난 그는 “올 상반기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6% 증가한 78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며 “앞으로 필리핀, 중국 등지로 신규 노선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날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마일리지시스템 ‘나비포인트제도’의 상세한 사용법을 소개하고 향후 경영전략을 설명하는 등 차기 경영인으로서의 면모를 발휘했다. 질의응답 중 해외 저비용항공사(LCC)의 잇단 국내 진출에 대한 위기감을 묻자 “LCC 수요가 늘어나며 생기는 긍정적인 현상”이라며 “공격적인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목소리 끝에서는 간간이 떨림이 묻어났지만 그는 무대 좌우를 오가고 손짓을 섞어가며 20분 남짓 프레젠테이션(PT)을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그가 공개 석상에서 PT를 맡은 것도, 승무원 체험을 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올 초 진에어 전무로 승진하며 경영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후 ‘신고식’을 치른 셈이다.
조 전무가 주도한 이날 행사는 경영 일선으로의 보폭을 한층 넓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 경영대학원(MBA)에 재학 중인 그는 “진에어의 경영에 관여하면서부터 관련된 공부를 더 하기로 마음먹었다”며 “20일 발표할 논문 주제 역시 진에어의 중장기 마케팅전략”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오늘 아침 출근을 준비하며 받은 가족들의 응원 덕분에 비행을 잘 마칠 수 있었다”며 “아버지(조양호 대한항공 회장)는 ‘카카오톡’으로 응원 메시지를 보냈고 언니(조현아 객실승무본부장), 오빠(조원태 경영전략본부장)도 응원해 줬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