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대출금리의 기준으로 쓰이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조작 의혹의 파장이 금융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18일 오전 10시경 국민 신한 우리 하나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 등 시중은행에 조사관을 보내 현장조사를 벌였다. 공정위 조사관들은 CD 발행을 담당하는 각 은행 자금부를 방문해 최근 CD 발행 명세를 확보하고 CD 발행 담당자를 상대로 강도 높은 조사를 벌였다.
전날 CD 금리 결정에 참여하는 증권사들에 이어 은행권으로 공정위의 조사 범위가 확대된 것이다. 조사 대상이 된 시중은행은 증권사들이 CD 금리를 평가할 때 참고하는 7개 시중은행과 대구 부산은행을 포함한 9곳이다. 공정위는 지방은행 2곳에 대해서는 서울 자금부와 지방 본사를 방문해 조사를 벌였다.
이번 조사는 CD 금리 연동대출의 금리를 높게 유지하기 위해 은행이 증권사들의 CD 금리 결정 과정에 개입했는지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증권사 가운데 한 곳이 CD 금리 담합에 대해 공정위에 자진신고를 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어 공정위가 이미 상당한 증거를 확보하고 조사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은행들은 공정위 조사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최근 들어 CD 발행이 거의 없었던 데다 CD 발행 구조상 은행이 금리 조작에 개입할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은 고객이 CD 발행을 요청하면 자금부에서 증권사 딜러에게 매매를 요청한다”며 “CD 거래를 성사시키는 것은 증권사 딜러인 만큼 은행들이 개입할 여지가 적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도 공정위 조사에 대한 유감의 뜻을 나타냈다. 금감원 내부에서는 최근 조작 사실이 드러난 영국의 ‘리보(LIBOR·은행 간 금리)’와 달리 국내 은행과 증권사들이 CD 금리를 조작했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주재성 금감원 부원장은 이날 긴급 브리핑을 갖고 “CD 금리가 대표금리로 역할을 못하는 데 대한 발행상의 문제와 실태, 결정구조 등 제도적인 측면에서 해결책을 모색 중”이라며 “(공정위가) 금감원과 협의하지 않았던 것은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편 전날 공정위의 조사를 받은 증권사들은 이번 기회에 CD 금리 고시를 거부할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CD 금리가 고시되지 않으면 CD 금리에 연동되고 있는 가계대출 금리는 물론이고 현재 4400조 원가량의 금리스와프(IRS) 등 CD 금리 연동 파생상품 시장에 혼란이 불가피하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 이익과 관계없이 서비스 차원에서 금리를 제공하고 있는데 담합으로 몰고 가면 현업 부서를 위축시키는 일”이라며 “의심만 받을 거라면 굳이 금리 보고를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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