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보고는 다들 귀찮아해 채권팀 막내 직원한테 떠넘깁니다. 팀장이나 회사에서 신경도 안 쓰니 전날 수치 그대로 적거나 대충 다른 금리 흐름을 봐서 보고합니다.”
A증권사 입사 5년차 이내인 김모 씨의 말처럼 CD 금리는 각 증권사 말단 직원들이 임의로 정해 보고한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CD 발행과 거래 자체가 거의 없다 보니 전날 금리를 그대로 보고하거나 다른 증권사 금리와 비교해 올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김 씨는 매일 오전, 오후 한 번씩 금융투자협회에 CD 금리를 보고한다. 김 씨는 이 증권사 채권팀 막내로 아직 제대로 된 채권 중개업무를 맡지 못하고 전화 주문을 대신 받아 입력하는 보조역할을 하고 있다. 채권팀원 모두 장이 열려 있는 시간에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기 때문에 CD 금리 보고 역시 막내인 김 씨 몫이다.
김 씨는 “보고하는 게 귀찮기도 하지만 거래가 드물어 참고할 만한 것이 없어 더 난감하다”며 “대충 적어서 내놓고도 이걸 왜 하나 싶을 때가 많다”고 털어놨다. 김 씨는 CD 거래가 없는 날은 별 고민 없이 전날 CD 금리와 똑같이 보고한다. 그는 “가끔 은행채 등 다른 금리가 전반적으로 오른 날에는 ‘CD 금리도 오르겠다’ 싶어 0.01% 올린 적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다들 귀찮아해서 막내인 내가 어쩔 수 없이 하는 일인데 담합으로 몰리니 어이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거래가 없어 가격을 조정하지 않은 것도 담합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금투협에 CD 금리를 보고하는 다른 증권사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B증권사 역시 말단 직원이 CD 금리 보고업무를 담당한다. 담당 사원이 휴가를 가거나 자리를 비우면 다른 직원이 전날 금리와 똑같은 수치를 올리는 일이 많다. 증권사들은 말단 직원에게 맡긴 CD 금리 보고가 제대로 됐는지 확인하지도 않는다. B증권사 관계자는 “사원이 알아서 올리는 것이라 따로 팀장이나 부서장이 보고받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결국 수백조 원에 이르는 은행 대출이자가 연동된 CD 금리가 이처럼 허술한 의사결정 구조 아래에서 결정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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