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 금메달리스트 박태환 선수가 자신의 ‘성공 비결’을 궁금해하는 경쟁자들을 향해 ‘밥 춤’을 추는 광고, 박 선수가 어머니와 통화하며 ‘사랑하니까’를 읊조리는 광고…. 모두 2012 런던 올림픽을 앞두고 올림픽 스타인 박 선수를 앞세운 광고다.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런던 올림픽 특수(特需)를 겨냥한 34편의 올림픽 스타 광고가 전파를 탔다. 올해는 올림픽 스타 광고가 가장 많았던 2010년의 56편을 훨씬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올림픽 스타 마케팅에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올림픽 개최 후 1년 이내 광고 모델로 발탁된 선수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때에는 3명에 불과했지만 2008년 10명으로 늘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이 우리나라 올림픽 스타 마케팅의 전환점이 된 셈이다.
이노션 월드와이드의 박재항 마케팅본부장은 “올림픽 스타들을 활용한 마케팅은 점점 활발해지고 있다”며 “올림픽에서 얻은 명성만을 이용한 반짝 마케팅보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스타와 기업이 관계를 형성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최초 현정화, 최다 김연아
광고회사 이노션이 올림픽 메달리스트 가운데 TV 광고모델로 출연한 선수를 분석한 결과 최초의 올림픽 스타 모델은 1988년 금메달, 1992년 동메달을 딴 탁구의 현정화 선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1992년 이후 올림픽 출전 선수 1548명 가운데 1.8%인 28명이 TV 모델로 발탁된 것으로 나타났다.
현 선수는 실력과 미모로 국민적인 인기를 얻고 있었다. 땀을 흘리는 운동선수가 화장을 하고 1993년 한국화장품의 TV광고 모델로 나서자 광고 효과는 배가 됐다. 이후 첫 마라톤 금메달리스트 황영조, 은메달리스트 이봉주, 태권도 금메달리스트 문대성이 뒤를 이었다.
광고계의 주목을 본격적으로 받기 시작한 것은 김연아, 박태환 등 스타성과 실력을 고루 갖춘 선수들이 나타나면서부터였다. 실제로 28명의 올림픽 메달리스트 광고모델 가운데 김연아는 총 136편에 출연해 독보적인 1위를 차지했고, 이어 박태환(43편) 장미란(8편) 이봉주(7편) 순이었다.
이노션이 전국 20∼59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를 묻는 스타 선호도에서도 김연아 선수가 46.1%로 가장 높았고, 박태환(16.4%) 장미란(10.4%) 이승엽(4.9%) 이용대(4.6%)가 뒤를 이었다. 반면 각 선수마다 호감이 가는 정도를 점수를 메기는 질문엔 장미란 박태환 김연아 이용대 순이었다.
○ “제2의 김연아를 선점하라”
기업들이 올림픽 스타 모델을 선점하려는 이유는 개개인의 드라마 같은 스토리와 진정성 덕분에 기업 이미지와 금융 브랜드 광고에 적합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선수 한 명을 잘 후원하면 돈이 많이 드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공식 후원보다 큰 효과를 낼 수 있다. 현대자동차는 2010년 밴쿠버 겨울 올림픽 당시 공식 후원사가 아니었지만 김연아를 후원한 덕분에 무려 700억 원의 광고효과를 얻었다.
최근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열풍으로 스타 선수들이 인터넷 세상에 미치는 파급력이 더욱 커져 올림픽 스타들에 대한 기업의 모델 선점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올해에도 광고업계에서는 배구의 김연경 선수, 양궁의 기보배 선수, 체조의 양학선 선수를 주목하고 있다.
이노션 관계자는 “비인기 종목 선수라도 유망주에게 일찍이 투자하면 스포츠 발전에 기여하는 좋은 회사로 이미지를 높일 수 있다”며 “광고회사들은 스포츠 선수를 영입하는 등 유망주 선점을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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