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 가짜휘발유 올 가을이면 자취 감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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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25일 03시 00분


강승철 석유관리원 이사장

“가짜 휘발유가 이제 거의 다 근절됐습니다. 올해 가을에 ‘이제 휘발유는 안심하고 쓰셔도 됩니다’라고 대(對)국민 선언을 할 예정입니다.”

강승철 한국석유관리원 이사장(사진)은 22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길거리에서 조악하게 만들어 파는 아주 일부를 제외하고 주유소에서 가짜 휘발유를 팔다 적발된 것은 4월 11일 이후 한 번도 없었다”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 말대로라면 1983년 석유관리원을 설치한 목적 중 하나가 근 30년 만에 해결된 셈이다.

가짜 휘발유는 큰돈을 쉽게 벌 수 있지만 적발은 어려워 세계적으로 흔한 범죄다. 지난해 국내 휘발유 유통량의 10%가 가짜 휘발유로 추정될 정도로 거래 규모도 어마어마하다. 그러나 ‘근절 선언’은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전례가 없다. 민간 출신인 강 이사장이 어떻게 취임 1년 만에 그런 일을 가능케 한 걸까.

“취임하고 업무보고를 받아 보니 늘 유통의 ‘하류’에 해당하는 주유소만 찾아다니며 석유를 검사하고 단속했더라고요. 그런데 전국 주유소 1만3000곳을 우리 직원들이 어떻게 다 챙기겠습니까. 이건 안 되겠다, ‘상류’를 잡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석유관리원은 지난해 10월부터 가짜 휘발유의 원료가 되는 시너, 톨루엔 등 용제 판매업자 전수조사에 나섰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판매된 물량의 47%가 실제 사용처가 불분명했다. 의심스러운 대리점에는 용제 공급을 못하게 했더니 용제 판매량이 반으로 줄었고, 주유소에서 가짜 휘발유도 자취를 감췄다.

강 이사장은 “올해 1∼6월 휘발유 가격이 치솟는데도 정유사의 휘발유 출하량이 증가한 것은 소비자들이 유가에 둔감해서가 아니라 가짜 휘발유가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용제를 단속하는 것만으로는 합법적인 제품인 등유와 경유를 섞어 만드는 가짜 경유를 뿌리 뽑을 수 없다. 강 이사장은 “지식경제부와 협의해 추진 중인 ‘석유시장 모니터링 제도’가 내년에 도입되면 정유사가 주유소에 제공하는 석유의 양과 주유소 판매량을 실시간으로 비교할 수 있다”며 “이 제도가 실시되면 가짜 경유도 설 땅이 없게 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가짜 휘발유#강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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