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 윗부분만 뜯어 진열하니 잘나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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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25일 03시 00분


■ 유통업계 RRP품목 증가

이마트 용산점 조명용품 코너에서 매장 직원이 제조업체가 진열대 크기에 맞는 상자에
담아 납품한 전구를 진열하고 있다. 이마트 제공
이마트 용산점 조명용품 코너에서 매장 직원이 제조업체가 진열대 크기에 맞는 상자에 담아 납품한 전구를 진열하고 있다. 이마트 제공
불황으로 굳게 닫힌 소비자의 지갑을 열기 위해 대형마트들이 상품을 진열하거나 포장하는 방식까지 바꾸고 있다. 인건비를 조금이라도 줄여 값싼 제품을 찾는 소비자들에게 가격을 낮춘 제품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 진열 인력 매장서비스로 돌려

이마트는 진열에 드는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제조업체가 납품한 상자 포장 그대로 진열해 판매하는 판매준비완료포장(RRP·Retail Ready Package) 품목을 올해 들어 70%가량 늘렸다. RRP 진열은 제조업체가 매장 진열대 크기에 맞는 상자에 제품을 담아 납품하면 윗부분만 뜯은 뒤 진열대에 전시해 판매하는 방식이다. 기존의 낱개 상품 진열 방식을 포기하고 서구식 창고형 할인매장의 장점을 취한 것이다.

이마트는 규격화된 가공식품에 적용해온 RRP 진열을 최근 화장품 코너에도 적용하기 시작했다. 또 잔손이 많이 가는 후크 진열대(물건을 고리에 걸어놓는 진열대)를 RRP 방식에 적합한 일반 진열대로 교체하고 있다. 이마트 성수점 생활용품 코너는 RRP 방식을 도입하면서 기존에 5시간가량 걸리던 진열 시간이 2시간으로 줄었다.

진열에 드는 시간이 줄어 남은 인력은 매장에 배치해 고객 서비스를 강화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현재 4000여 개 품목에 적용하고 있는 RRP 진열을 단계적으로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 “포장 바꾸니 가격 ↓, 판매 ↑”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대형마트의 노력은 제품 포장 방식 변화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기존 브랜드 제품보다 용량은 50% 늘리면서 가격은 오히려 40% 낮춘 롯데마트의 자사 브랜드(PB) 상품 ‘통큰카레’와 ‘통큰짜장’이 대표적인 예다.

롯데마트는 중소협력업체와 손잡고 이들 제품을 기획하면서 기존 브랜드 제품과 달리 개별 종이 포장을 없애고 파우치 포장 그대로 판매하는 방식을 택했다. 그 결과 통큰카레는 판매 첫 달에 7만5000여 개, 통큰짜장은 8만 개가량 팔려나가며 기존 제품을 크게 앞질렀다.

유리병 대신 가격이 싼 페트병으로 용기를 바꾼 저가 와인도 롯데마트의 올해 상반기 히트상품이다. ‘레오 드 샹부스탱 메를로’ ‘레오 드 샹부스탱 카베르네소비뇽’ 등 페트병 와인은 비슷한 품질의 다른 와인보다 40%가량 가격을 낮춘 덕분에 한 달 만에 1만 병이 팔릴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이마트는 지난달 토마토의 포장을 바꾸면서 가격을 15% 내렸다. 이마트는 윗부분이 뚫린 넙적한 상자에 같은 크기의 토마토를 1단으로 가지런하게 담는 이른바 ‘찹찹이’ 방식을 포기했다. 그 대신 3kg들이 상자에 무게만 맞추어 담는 방식으로 바꾸면서 포장에 드는 인건비가 기존의 3분의 1로 줄어들자 이를 가격에 반영한 것이다. 가격을 낮춘 지난달 이후 이마트 전국 매장의 토마토 판매량은 57%가량 늘었다.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이마트#진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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