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에너지 私債’ 高카페인 음료, 이제야 실태조사 하다니

본보 7월 24일자 A13면.

카페인에 민감한 기자는 얼마 전 편의점에서 산 에너지음료를 마셨다가 불면의 밤을 보냈다. 용량이 250mL인 이 제품에는 62.5mg의 카페인이 들어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에 따르면 성인 기준 카페인 일일섭취권장량은 400mg이다. 이 제품 7캔을 마셔야 권장량을 넘어서니 별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성인이 아니라 어린이가 마신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시중에 판매되는 에너지음료 중 일부에는 몸무게가 30kg인 15세 미만 어린이가 하루 먹을 수 있는 카페인 섭취권장량(75mg)을 넘어선 카페인이 들어 있다. 국내 에너지음료 가운데 가장 많이 팔리는 롯데칠성의 ‘핫식스’ 한정판만 해도 카페인이 86.4mg 들어 있다. 의학계에선 성장기에 있는 청소년이 카페인을 많이 섭취하면 수면장애, 신경과민, 위산 과다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문제는 어린이들이 에너지음료를 마시는 데 아무런 제한이 없다는 점이다. 민주통합당 최동익 의원에 따르면 에너지음료는 ‘어린이식생활안전관리특별법’상 탄산음료로 분류된다. 콜라나 사이다처럼 ‘어린이 기호식품’에 해당한다. 마음만 먹으면 어린이들도 집 앞 편의점이나 학교 근처 자판기에서 얼마든지 구입할 수 있다. 이런 어린 소비자 층을 겨냥한 듯 SPC의 에너지음료 ‘파우’에는 헐크 스파이더맨 등 만화 캐릭터가 그려져 있다. 요즘 청소년 사이에서는 에너지음료가 ‘에너지 사채(私債·내일의 에너지를 미리 끌어다 쓴다는 뜻)’로 불리며 시험기간 필수 음료로 자리 잡고 있다.

▶본보 24일자 A13면 ‘에너지 사채(私債)’에 빠진 10대

염희진 산업부 기자

식약청은 내년 1월 1일부터 mL당 카페인 0.15mg 이상 함유된 식품에 총 카페인 함량과 ‘어린이, 임산부에 대한 섭취 자제 주의 문구’를 의무적으로 표시하기로 했다. 처음으로 에너지드링크의 카페인 함유량에 관한 실태조사도 시작할 예정이다.

하지만 카페인 함량과 주의 문구를 표시하는 것만으로 문제가 해결될까. 프랑스 덴마크 노르웨이 등은 에너지음료 판매를 아예 금지하고 있다. 우리도 에너지음료에 관한 규정부터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할 시점이다.

염희진 산업부 기자 salth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