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대출이자는 ‘고무줄’ 예금이자는 ‘짠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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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26일 03시 00분


예금이자 0.29%P 올릴때 대출이자는 3배나 올려

은행들이 신용대출 금리를 해마다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예금자에게는 인색할 만큼 적은 이자를 지급한 것과는 크게 대조되는 행태다.

2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2009년 연 7.09%인 신규 신용대출 금리는 2010년 7.19%, 지난해 7.82%로 오른 뒤 올해 5월 7.95%까지 뛰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8.44%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반면 이 기간 정기예금 금리(만기 6개월 이상 1년 미만 기준)는 2009년 연 3.33%에서 올해 5월 3.62%로 0.29%포인트 오르는 데에 그쳤다. 이는 신용대출 금리의 상승폭인 0.86%포인트의 3분의 1가량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또 은행이 발행하는 채권인 금융채 금리는 2009년 이후 올해 5월까지 3.8%대를 유지했다. 은행들은 시중에서 싸게 자금을 조달해놓고 신용대출에는 비싼 금리를 책정한 셈이다.

특히 은행들은 지점장 전결금리 등을 이용해 금리 수준을 조정할 수 있는 신용대출의 빈틈을 악용해 차익을 남긴 것으로 드러났다. 신용대출은 주택담보대출과는 달리 고객의 신용도 평가를 토대로 은행이 자체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가산금리 항목이 많다.

2008년 연 7.0%였던 신규 주택대출 금리는 2009년 5.54%에서 2010년 5.0%, 지난해 4.92%, 올해 5월 4.85%로 계속 낮아졌다. 이는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신용대출과 달리 시장금리의 변동을 더 잘 반영할 수 있도록 설계됐기 때문이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객관적으로 가치를 매길 수 있는 담보 물건을 바탕으로 금리를 결정하므로 가산금리가 고무줄처럼 늘어나기 어렵다.

현재 140조 원가량인 은행권의 신용대출에서 대출금리가 1%포인트만 떨어져도 고객들은 총 1조4000억 원의 이자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불투명한 금리 체계가 은행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있다”며 “감독당국이 철저한 감시와 시정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은행#대출이자#예금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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