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 89곳중 22곳 문 활짝… 에너지 펑펑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26일 03시 00분


‘문연 채 에어컨 틀고 영업’ 단속 한달간 과태료는 4건 뿐… 서울 명동-강남 가보니
단속반 오면 문닫고 가면 열어 “과태료 내도 어쩔수 없다” 배짱

서울 중구 명동 상가거리의 한 스포츠 용품 매장 문 앞에는 ‘에너지 절감을 위해 문을 닫고 영업하고 있습니다. 안에서 즐겁게 쇼핑하세요’라는 안내 문구가 붙어 있다. 바로 맞은편 화장품 가게는 문을 활짝 열어 놓은 채 에어컨을 켜고 일본인 관광객을 붙잡느라 바빴다. 일부 매장은 아예 자동문을 열어두고 실내의 냉기를 거리로 뿜어냈다. 25일 오후 명동에서는 반경 100m 안에 이처럼 다른 세상이 공존하고 있었다.

서울시와 25개 자치구는 6월 한 달 동안 계도기간을 거친 뒤 이번 달부터 본격적으로 단속에 나서고 있다. 문을 연 채 에어컨을 켜고 영업하다 한 차례 적발되면 경고장을 발송하고 두 차례 이상부터는 적발 횟수에 따라 최대 3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이번 달 점검 매장 2만7004곳 중 고작 4곳에만 과태료가 부과됐다. 경고장을 받은 곳은 245곳이다.

이날 낮 12시경 지하철 4호선 명동역부터 2호선 을지로입구역 방면으로 이어진 명동8길을 돌아본 결과 89개 매장 가운데 22곳이 문을 열어 놓은 채 에어컨을 틀고 영업했다. 실상은 이렇지만 단속반이 나타나면 문을 닫고, 돌아서면 문을 여는 행태 탓에 단속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규정을 준수하는 업소에서 “정부 정책에 따르다가 손님만 뺏기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날 오후 2시경 강남구 강남대로 일대 매장 대부분이 문을 닫고 영업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일부 매장은 속 보이는 편법을 동원했다. 한 프랜차이즈 떡볶이집은 커다란 창문을 활짝 열고 길가는 손님이 조리대 바로 앞에서 떡볶이를 살 수 있게 했다. 옷가게가 출입문을 연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지만 ‘창문 열기’는 단속 대상이 아니라서 강남구 단속반은 경고장도 발부하질 못했다.

이날 문을 닫고 영업하던 강남대로의 한 화장품 가게 관계자는 “평일 방문 고객이 15% 정도 줄었지만 구매 금액이 커졌는지 매출은 예전과 비슷하다”며 “냉방비도 절약할 수 있어 최대한 동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반면 명동의 한 화장품 가게 관계자는 “고객 입장에서는 문이 열려 있는 곳으로 발길이 향하기 마련”이라며 “과태료 300만 원을 내더라도 문 열고 영업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서형석 인턴기자 건국대 경제학과 3학년  
#에어컨#영업#괴태료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