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기의 CEO]까다로운 일본인도 “한국茶, 오이시”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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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진출 전통차 브랜드 ‘오가다’ 28세 최승윤 대표

최승윤 오가다 대표가 서울 강남구 역삼동 매장에서 한방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강(强)은 피로 해소, 호(呼)는 호흡기 증진, 해(解)는 숙취 해소, 려(麗)는 다이어트에
좋다고 한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최승윤 오가다 대표가 서울 강남구 역삼동 매장에서 한방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강(强)은 피로 해소, 호(呼)는 호흡기 증진, 해(解)는 숙취 해소, 려(麗)는 다이어트에 좋다고 한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일본 도쿄 신주쿠역 중앙입구 통로 옆에 7일 낯선 음료를 파는 테이크아웃 전문점이 들어섰다. ‘Ogada hanbangcha’(오가다 한방차)라는 간판에 테이블 하나 없는 작은 점포였다. 직원들이 “한국에서 인기 높은 전통차”라며 손님 끌기에 한창이었다. 30대 일본인 여성 두 명이 ‘생강진피차’와 ‘호박옥수수수염차’를 주문했다. 음료를 한 모금 마셔본 두 사람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동시에 말했다. “오이시(맛있다)!”

떨어져 이 장면을 바라보던 최승윤 오가다 대표(28)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3년 전인 2009년 7월, “한방차로 스타벅스 커피를 이겨보겠다”며 서울 중구 무교동에 7m²짜리 점포를 내며 사업을 시작했던 그였다. 오가다의 국내 점포는 60곳으로 늘었고 이번에 국내 한방차 브랜드 가운데 처음으로 해외에 진출했다.

19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오가다 직영점에서 만난 최 대표는 “일본 진출 초반에는 당연히 고전할 줄 알았는데 하루 평균 300잔씩 팔리고 있다. 생각보다 반응이 좋다”고 말하며 싱글벙글 웃었다.

일본 진출을 결심한 뒤 첫 고민거리는 메뉴 선정이었다. 지난해 8월 일본에서 열린 한류 콘서트장에서 3000명을 대상으로 시음회를 열었다. 서울 명동을 찾은 일본인 관광객을 대상으로도 시음회를 했고, 올해 3월 열린 서울 핵안보정상회의에 음료를 후원했다. 행사 때마다 어떤 음료가 맛있는지 설문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40개 메뉴 가운데 일본인이 좋아하는 25개를 추려 낼 수 있었다.

제도적 문화적 차이가 큰 일본에 한국의 전통 한방차가 진출한다는 것은 모험이었다. 국내에서는 식품으로 간주하는 오미자, 쑥, 운지버섯 등이 일본에서는 약재로 분류돼 통관 절차가 까다로웠다. 예상보다 시간이 지체되면서 개점 날짜도 미뤄졌다.

최 대표는 “어려운 만큼 얻은 것도 많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인이 모여 사는 곳이나 ‘한류거리’ 같은 곳에 점포를 내면 쉽게 성공할 수 있겠지만 진정한 의미의 한식 세계화가 아닌 것 같다. 주로 현지인들만 있는 곳에서 성공하고 싶다”고 밝혔다.

최 대표는 10월 도쿄에 카페형 매장을 내고 연내 대만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내년에는 태국에 진출할 계획도 갖고 있다. 다음 목표를 물었다. 그는 “‘한방차’가 ‘커피’ 같은 세계적인 고유어가 되게 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
#오가다#최승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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