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애플, 美서 25억달러 특허전쟁 돌입

삼성전자와 애플이 정보기술(IT)산업의 본거지인 미국 법정에서 본격적인 특허 결투에 돌입한다.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 연방지방법원은 30일(현지 시간)부터 삼성전자와 애플의 상호 특허 침해에 관한 본안소송 심리를 시작한다고 블룸버그통신 등이 27일 보도했다.

이번 소송 결과는 삼성전자와 애플이 한국 영국 독일 등 전 세계 10개국에서 벌이는 50여 건의 특허소송 결과에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두 회사에 수십억 달러 규모의 잠재적 손실을 안길 수도 있어 관련 업계는 물론이고 전 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 법원에 제출된 자료에 따르면 애플은 삼성전자가 자사의 네 가지 디자인 특허와 세 가지 소프트웨어기술 특허를 모방했다며 삼성전자의 스마트폰과 태블릿PC를 미국 내에서 판매할 수 없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번 소송에서 애플의 주장이 받아들여지면 삼성전자는 25억2500만 달러(약 2조8780억 원)에 이르는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

반면 삼성은 애플이 자사의 모바일기술표준 관련 특허 두 가지와 소프트웨어기술 특허 세 가지를 침해했다고 맞서고 있다. 판결에서 삼성의 주장이 받아들여지면 애플도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입게 된다. 삼성전자는 애플이 판매하는 제품당 2.4%의 로열티를 지불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를 애플이 지난 분기 판매한 아이폰 2600만 대에 적용하면 애플이 지불해야 하는 로열티는 기기당 약 14달러씩 총 3억7500만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현재로선 판결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미 법원이 한 회사의 주장만 인정하거나 두 회사의 주장을 모두 인정할 수도 있고, 나아가 두 회사의 주장을 모두 기각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시장조사기관 IDC의 윌 스토페가 기술산업분석가는 “이번 소송이 (기존의 IT업계 간 특허소송보다) 더욱 치열하고 험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두 회사가 판매금지 명령 등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과 법적분쟁 비용을 고려해 결국에는 합의에 이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편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소송이 진행 중인 영국에서는 삼성전자의 갤럭시탭이 애플의 아이패드 디자인을 모방하지 않았다는 판결에 따라 이 사실을 애플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표하라는 법원의 명령이 유예됐다. 영국 법원은 10월 항소 판결이 나올 때까지 공표 명령을 유예해 달라는 애플 측의 요청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26일 밝혔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