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차의 국내시장 점유율이 사상 최저로 떨어지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자 일본 자동차업체의 국내 딜러들이 잇달아 사업에서 철수하고 있다. 자유무역협정(FTA) 효과를 등에 업고 약진한 유럽차와 달리 경쟁력이 떨어진 일본차를 국내 소비자들이 외면하면서 일어난 현상이다.
○ 동양고속운수, 12년 만에 결별 수순
일본차 가운데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도요타자동차의 한국 딜러인 동양고속운수는 자회사 디앤티토요타를 통해 운영해오던 도요타 판매사업에서 최근 철수한 것으로 5일 확인됐다.
계열사인 동양건설이 지난해 법정관리에 들어가며 유동성 위기를 겪어온 동양고속운수는 3월 30일 보유하고 있던 디앤티토요타 지분 57.5%를 일본 도요타그룹의 유통전문 계열사 도요타통상에 매각했다. 원래 계약 만료는 10월까지였으나 추가연장 없이 조기 철수하기로 한 것이다.
디앤티토요타는 고급차 브랜드 ‘렉서스’를 판매하던 한국토요타가 대중 브랜드 도요타를 한국에 들여오면서 2009년 10월 설립된 법인. 그러나 2년여 만에 사업을 접었고, 법인명도 엘앤티모터스로 바뀌었다.
동양고속운수는 디앤티토요타를 정리한 데 이어 2000년 한국토요타 설립 초기부터 운영해온 디앤티모터스 사업도 접을지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급 차종인 렉서스를 팔고 있는 디앤티모터스의 사업권 만료는 연말까지이지만 계약 연장이 불투명한 상태다. 디앤티모터스가 철수하면 동양고속운수는 12년 만에 도요타와 완전히 결별하게 된다.
수입차업계는 도요타 한국 진출의 최대 파트너였던 동양고속운수의 철수가 일본차의 부진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사례로 본다. 도요타는 한국시장 공략을 위한 본사의 장기적인 포석에 따라 저(低)마진 전략을 펼치고 애프터서비스(AS) 능력을 대대적으로 확충해왔다.
이 과정에서 딜러들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 디앤티토요타는 2010년 13억7678만 원, 지난해는 약 4.75배로 늘어난 65억4265만 원의 순손실을 냈다. 렉서스를 판매하는 디앤티모터스의 순이익은 2010년 24억669만 원에서 지난해 8억7654만 원으로 64% 감소했다.
○ 혼다·닛산도 잇달아 딜러 ‘엑소더스’
다른 일본차 수입업체의 상황도 비슷하다. 한국닛산의 고급차 브랜드 ‘인피니티’ 딜러를 맡아온 SS모터스는 10월 1일 서울 강남 및 송파지역 판매권을 반납하기로 했다. 이에 앞서 반도모터스, 한미모터스도 닛산차의 판매권을 반납했다. 한미모터스의 모(母)기업인 한미반도체는 올 1월 닛산 대신 BMW 판매사업을 시작했다.
두산그룹은 2004년부터 계열사인 DFMS를 통해 벌여온 혼다 판매사업을 2월 중단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10월에는 피죤모터스가 운영하던 혼다 전시장을 일방적으로 폐쇄해 기존 구매자의 AS 문제로 마찰을 빚기도 했다.
일본차 딜러가 잇달아 사업에서 철수하고 있는 것은 일본차의 국내 점유율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2008년 35.5%였던 일본차 점유율은 동일본대지진에 따른 생산차질로 최악의 위기를 겪은 지난해 18.0%로 반토막이 났다. 생산이 완전히 회복된 올 들어 7월 말까지의 점유율도 17.9%에 그쳐 회생 기미가 안 보인다. 수입차업계 한 관계자는 “엔고(高)현상에 따른 가격경쟁력 저하와 유럽차의 공세, 자국 시장을 지키려는 한국 업체들의 노력이 일본차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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