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속 창업 열풍… 7월 신설법인 역대 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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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6일 03시 00분


퇴직-실업에 등 떠밀려… 생계형 자영업 출혈경쟁 한국 경제 ‘또 하나의 복병’

불황 속에서 때 아닌 창업 열풍이 거세다. 하지만 퇴직이나 실업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창업대열에 뛰어든 ‘생계유지형’ 또는 ‘긴급피난형’ 창업이 많아 한국경제의 새로운 불안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5일 대법원과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7월 신설법인 수는 7089개로 2000년 1월 신설법인 통계 작성을 시작한 이후 사상 최대치를 보였다. 신설법인 수는 지난해 12월 이후 올 6월까지 7개월 연속 월 6000개를 넘다가 7월에 처음 7000개를 넘어섰다.

이는 은퇴 전후의 베이비부머(1955∼1963년 출생)와 취업난에 시달리는 20대가 취업 대신 창업을 택한 영향이 크다. 중소기업청이 올 상반기 신설법인을 분석한 결과 베이비부머가 대거 포함된 50대의 창업이 9413건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17.9% 늘었다. 30대 미만 창업도 1698건으로 작년 동기대비 27.8%나 늘었다. 통상 경기활황기에 기업가 정신을 발휘한 창업이 활성화되는 것과는 질적으로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창업규모는 늘었지만 질(質)은 낮다는 사실은 구체적인 수치로 확인된다. 올 상반기 신규법인의 70.5%인 2만6865개 업체는 자본금 5000만 원 미만. 사실상 자영업 수준이다. 자본금 5000만 원 미만 창업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7.2%나 급증했다. 김광석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자영업 창업자들은 준비기간이 6개월 미만인 데다 음식점 호프집 등 포화 시장에 주로 진입하기 때문에 생존기간이 통상 3년을 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유럽 재정위기와 주요국 경기침체로 한국 경제가 ‘L자형 침체’를 보일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소규모 창업자들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선빈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자영업 창업 증가는 이 분야의 경쟁을 격화시키고 평균소득을 감소시킨다”며 “내수가 위축되면 창업자들의 퇴출 속도가 빨라지면서 경제를 위축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퇴직#실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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