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해외PF 인력 빼가기 너무해” 강만수 격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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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9일 03시 00분


직원 7명 정책금융公 옮기자 “묵과할 수 없다” 대응책 지시
두 기관 ‘영역 다툼’ 분석도

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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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담당하는 KDB산업은행 직원 7명이 지난달 한꺼번에 정책금융공사로 자리를 옮겨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사진)이 대응책 마련을 지시한 것으로 8일 확인됐다. 이른바 ‘제2의 중동 붐’을 계기로 해외 PF사업의 비중이 커지면서 이를 선점하려는 정책금융공사와 산은,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 사이에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책금융공사는 지난달 해외 PF 경력직 25명을 채용하면서 산은에서만 부부장급 이하 실무자 7명을 데려왔다. 이 중 2명은 산은 PF2실 자원개발팀 소속 베테랑들로 이 팀은 팀원 5명 중 3명만 남아 업무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 관계자는 “(직원 이직을) 보고받은 강 회장이 간부회의에서 ‘정책금융공사의 인력 빼가기를 더이상 묵과할 수 없다’며 대로(大怒)해 대응책 마련을 강하게 지시했다”며 “법적조치도 고려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금융권에선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업무 중복논란을 빚고 있는 두 기관이 ‘영역 다툼’에 들어가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최근 아랍에미리트(UAE) 원자력발전소와 사우디아라비아 주택 50만 호 건설사업 수주 등 중동 붐이 일면서 한국이 2010∼2011년 이 지역에서 따낸 수주금액만 770억 달러(약 87조100억 원)에 이른다. 이 때문에 4대 정책금융기관인 산은과 정책금융공사,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는 경쟁적으로 해외 PF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3년 전 산은에서 분리된 정책금융공사는 사업 다각화를 위해 해외 PF에 ‘다걸기(올인)’하고 있다. 현 정부에서 산은 민영화가 물 건너가자 정치권을 중심으로 정책금융공사를 산은과 다시 합쳐야 한다는 주장을 의식한 사업추진으로 풀이된다.

해외 PF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국내 금융기관의 전문 인력과 자본규모는 열악한 편이다. 예컨대 정책금융공사가 지난달 해외 PF 경력직을 뽑으면서 산은 등 금융권에서 20여 명을 모두 채우지 못해 종합상사와 광물 분야 공기업에서도 인력을 데려온 게 대표적인 사례다. 강 회장이 실무 직원 수 명의 이직에 격노한 것도 해외 PF 인력 풀이 워낙 부족한 데 따른 것이다.

또 대규모 플랜트 사업은 자금조달부터 운영까지 사업자가 모두 책임지는 ‘건설-운영-양도(BOT)’ 사업방식으로 진행돼 아무리 기술력이 뛰어나도 자본력이 떨어지면 수주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해외 PF 중 국내에서 조달하는 자금규모를 현재의 10배 이상인 300억 달러 이상으로 키워야 원활한 사업추진이 가능하다고 본다. 지난해 해외 플랜트 수주액 650억 달러 가운데 국내 PF 조달규모는 30억 달러대에 그쳤다.

지식경제부 김창규 전략시장협력관은 “원전이나 디지털 병원과 같은 고부가 플랜트를 수주하려면 정책 금융기관들이 힘을 모아 해외 PF 조달규모를 대폭 키워야 한다”며 “국내에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면 해외에서도 데려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내 정책 금융기관들의 협업 수준은 실망스럽다. 가령 해외 PF를 이끌던 수출입은행이 최근 투자은행(IB) 업무에도 손을 대면서 정책금융공사 등과 갈등을 빚고 있다. 이 때문에 정책금융공사와 수출입은행, 산은, 무역보험공사가 업무협력을 위해 올 들어 정책금융협의회를 만들었지만 첫 모임부터 간사 선정을 놓고 기 싸움만 벌이기도 했다.

금융위원회 당국자는 “특정 정책 금융기관의 자본규모를 짧은 시간 안에 급격히 늘리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서로 힘을 모아 수출기업을 지원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강만수#해외PF 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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