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태양광산업, 일본에서 빛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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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10일 03시 00분


대지진-원전사고 여파 日정부 적극지원 호기
단품보다 발전소 건립땐 10∼12% 수익도 가능… 美-유럽보다 훨씬 높아


한화그룹의 태양광 계열사인 한화솔라원은 최근 일본 진출로 분주하다. 김승연 회장이 직접 일본의 종합상사인 마루베니로부터 4년간 6000억 원 규모의 태양광 모듈 수출 계약을 따내는가 하면 일본 내 태양광 제품 유통기업인 웨스턴하우스에도 자사 제품을 팔기로 했다. 1분기(1∼3월) 410억 원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어려움을 겪던 이 회사는 위기 극복의 해법으로 진입 장벽이 높은 일본 시장을 선택했다.

한화 측 관계자는 “최근 두 달간 컨설팅회사인 딜로이트를 통해 글로벌 태양광 시장을 조사한 결과 수익률과 성장 잠재력이 가장 높은 곳이 일본이라는 결론을 얻었다”고 말했다.

세계 태양광 시장의 80%를 차지해온 유럽이 휘청거리자 국내 태양광 기업들이 일본에서 새로운 활로를 찾고 있다. 지난해 3월 동일본 대지진 당시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의 사고 여파로 일본 정부가 원전 가동을 대부분 중단하면서 대체에너지의 필요성이 커진 탓이다. 일본 정부는 태양광과 풍력 등의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현재 10%에서 2030년 최대 35%까지 끌어올리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특히 일본 정부는 지난달부터 기업이 태양광을 설치해 전력을 생산하면 kWh당 42엔(약 600원)에 전량 사주기로 했다. 일본 기업들이 태양광 시설을 갖출 인센티브가 생긴 셈이다. 야노경제연구소는 일본의 태양광 발전 시장이 2020년이면 세계 2위에 해당하는 1조7250억 엔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국내 태양광 기업들이 일본을 주목하는 것은 미국이나 유럽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한몫한다. 딜로이트의 조사 결과에서도 미국과 유럽에서 태양광 셀이나 모듈을 팔면 약 2%의 수익이 나오지만 일본에서는 7%까지도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은 세계 최대 규모의 시장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가격 경쟁이 심해 수익을 내기가 사실상 어렵다고 딜로이트는 분석했다.

주택용 태양광 발전 수요가 90%로 대부분을 차지했던 일본이 최근 대형 태양광 발전소 건립 쪽으로 방향을 전환하는 것도 국내 업체에는 호재다. 한성용 에스에너지 차장은 “태양광 제품 가격이 크게 떨어져 기존 단품 위주의 수출로는 5% 정도 이익을 냈는데 태양광 발전소 건립과 운영을 통해서는 10∼12%의 수익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가 내놓은 신재생에너지 정책에 일본 재계가 반발하고 있는 점은 변수다. 일본 재계는 정부안대로 태양광 발전의 비율을 확대하면 2030년 전기요금이 현재보다 최대 50%까지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은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들어가는 비용을 전기요금 인상을 통해 확보할 계획이다.

서재홍 한국태양광산업협회 차장은 “태양광산업이 공급 과잉에 시달리고 있지만 수요는 연 70% 이상씩 성장하고 있다”며 “시장 다변화와 대형 발전소 수주를 통해 수익성을 극대화한 소수의 기업만이 살아남아 과실을 향유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일본#태영광 발전 시장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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