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 불황에 전단도 반토막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13일 03시 00분


제작물량 작년의 절반 수준… 대행업체-배포 주부들 ‘울상’

“점심 뷔페 드시러 오세요.” “냉면집 오픈했습니다.”

9일 낮 12시 서울 여의도 여의도백화점 인근. 선캡을 눌러쓴 전단 배포원(일명 ‘전단지 아줌마’)들이 길거리로 나섰다. 부지런히 직장인들에게 전단을 내밀어 보지만 받아주는 사람은 드물다. 그나마 건넨 전단도 바로 구겨졌다. 배포원인 김미옥 씨(55·여)는 “갈수록 전단을 받지 않는 데다 일감도 줄었다”며 긴 숨을 내쉬었다.

영세 자영업자의 광고수단인 전단(A4용지 크기의 소형 팸플릿) 시장에도 불황이 닥쳤다. 전단을 뿌려도 직장인의 지갑이 열리지 않자 인쇄 물량이 급감했다. 일당을 받는 ‘전단지 아줌마’들은 생계가 막막해졌다.

전단은 경기에 따라 인쇄량과 광고업종의 변화가 심해 ‘밑바닥 경기의 바로미터’로 불린다. 인쇄와 배포 대행업체는 전국에 약 3000곳, ‘전단지 아줌마’는 6만여 명으로 추산된다.

12일 전단 대행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전단 의뢰 물량이 지난해의 절반으로 줄었다. 한 대행업체는 “2011년 한 달 매출은 3000만 원을 웃돌았지만 요즘 2000만 원도 어렵다”며 “직원을 줄여야 할 판”이라고 밝혔다.

여의도역 주변에서 전단을 나눠 주던 박신영 씨(51·여)는 “예전에는 가게 한 곳에서 ‘전단지 아줌마’ 4명을 썼지만 요즘은 1명에게 맡기는 게 보통”이라며 “대기만 하다 그냥 돌아가는 아줌마도 많다”고 귀띔했다. 대행업체인 ‘위 메이크 애드’의 김지현 이사는 “하루에 쓰는 ‘전단지 아줌마’가 지난해 200여 명에서 최근 30명 정도로 줄었다”고 말했다.

전단 시장이 위축된 것은 소비자와 자영업자가 함께 주머니를 닫았기 때문이다. 불황 탓에 소비자는 전단을 봐도 소비를 하지 않고, 경비 절감에 나선 자영업자들은 효과가 떨어진 전단 배포를 줄였다는 얘기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서 피트니스센터를 운영하는 박상진 씨(44)는 “올봄 내내 전단을 뿌려 봤지만 회원이 늘지 않아 여름부터 전단 광고를 중단했다”고 말했다.

대행업체 ‘다원아트’의 문병갑 실장은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대표적 전단 광고주인 골목상권 치킨집이나 피자집들이 문을 닫고 있다”며 “일감 부족은 갈수록 심해질 것 같다”고 내다봤다.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자영업 불황#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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