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올 초 구두 매장에서 ‘랜드로바’와 ‘에스콰이아’를 뺐다. 수입 브랜드와 신진 디자이너 편집매장 위주로 매장을 재편하기 위해서였다. 이로써 한국의 대표 1세대 구두 브랜드로 통하는 랜드로바와 에스콰이아는 현대백화점 압구정점과 무역센터점, 신세계 강남점 등 서울 강남지역 백화점에서 사라지게 됐다.
한국 대표 구두 브랜드들이 강남지역 백화점에서 철수당하는 ‘굴욕’을 겪고 있다. 수입 브랜드와 신진 디자이너의 ‘강남 스타일’에 밀린 것이다. 국내 제화업계 1위인 금강제화도 2009년 현대 압구정점에서 퇴출된 바 있다.
강남에서 밀리면 다른 지역으로 파급 효과가 이어진다는 점에서 국내 구두 업계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최근에는 금강, 에스콰이아로 대표되는 1세대 브랜드뿐만 아니라 ‘탠디’ ‘세라’ ‘미소페’ 등 2세대 수제화 브랜드도 불황과 맞물려 크게 위축되고 있다.
신세계 강남점은 올 초 매장 개편에서 랜드로바와 에스콰이아를 내보내는 대신 ‘레페토’ ‘아쉬’ ‘탐스’ ‘어그 오스트레일리아’ 등 명품보다 값은 싸지만 디자인은 트렌디한 브랜드를 입점시켰다. 또 서울 삼청동과 신사동 가로수길에서 찾아낸 ‘마비엥로즈’ ‘바이언스’ 등이 들어간 ‘디자이너 슈즈 편집매장’을 열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트렌드에 민감한 강남지역에서 전통적인 국내 구두 브랜드의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어 매장을 개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신세계 강남점에서 올해 들어 이달 12일까지 ‘탠디’ ‘소다’ 등 국내 구두 브랜드의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3% 늘어난 반면 수입 브랜드의 매출은 110% 증가했다.
현대백화점 압구정점은 올 초 프랑스 스니커즈 브랜드 ‘파토갸스’를 새로 선보이는 대신 국내 수제화 브랜드 ‘미소페’를 내보냈다. 현대백화점 압구정점과 무역센터점에서 국내 구두 브랜드의 매출 신장률은 올 들어 이달 12일까지 물가상승률에 못 미치는 1.1%에 그쳤지만 수입 브랜드는 40% 성장했다.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에선 한국 구두 브랜드가 4개에서 최근 3개로 줄었다. ‘지오앤사만사’가 빠지고 ‘헬레나앤크리스티’ ‘지니킴’ ‘슈콤마보니’ 등 3세대 디자이너 브랜드만 살아남았다. 그 대신 스웨덴 브랜드 ‘스웨디쉬 해즈빈즈’가 들어왔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인기 브랜드 탠디는 강남지역 점포에서 지난해보다 6%가량 매출이 줄었다”며 “요즘 강남에선 디자인이 독특한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나 신기 편한 스니커즈 형태의 수입 브랜드가 대세”라고 귀띔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제화업계 일각에선 부도설과 해외 인수설 등 흉흉한 소문이 돌고 있다”며 “너무 유행만 좇다가 서로 디자인이 비슷해졌고, 매출을 유지하기 위해 할인행사를 너무 자주 열어 신뢰도가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에스콰이아 관계자는 “백화점이 매장 콘셉트를 바꿨기 때문에 나간 것이지 강남에서 입지가 줄어든 것은 아니다”라며 “에스콰이아 외에 소노비, 젤플렉스 같은 새로운 브랜드의 매출은 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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