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지방의 한 사립대를 졸업한 이모 씨(30)는 번번이 취업에 실패하다 보험회사 영업사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정규직은 아니지만 입사가 쉽고 실적에 따라 연봉을 주는 조건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하루 종일 고객을 상대하는 외근은 힘겨웠고, 취업준비생 또는 비정규직인 친구들에게 보험 가입을 부탁하기도 어려웠다.
이 씨는 결국 1년 만에 그만두고 부모에게서 돈을 빌려 작은 술집을 차렸다. 이마저도 최근 경기가 침체되면서 영업이 잘 안돼 걱정이 태산이다. 이 씨는 “대학 졸업장은 내게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종잇장일 뿐”이라고 푸념했다.
13일 통계청의 고용통계에 따르면 올해 2분기(4∼6월) 현재 대졸(전문대졸 포함) 취업자 수는 1019만 명으로 사상 처음 1000만 명을 돌파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972만6000명)보다 46만4000명 증가한 것이며 1982년(111만 명) 100만 명을 넘어선 이후 30년 만에 10배로 늘어난 것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학 진학률이 장기적으로 유지된 결과인데, 대졸자는 넘쳐나지만 고학력자를 필요로 하는 기업은 그만큼 많지 않아 ‘일자리 미스매치’ 현상은 계속 심화되고 있다.
대졸 취업자 수는 2007년부터 매년 40만여 명씩 늘며 큰 폭으로 증가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쳐 기업들이 채용 규모를 줄인 2009∼2010년에는 연간 30만여 명으로 증가폭이 감소했지만 지난해에는 43만 명이 늘어나며 증가세를 회복했다.
이에 따라 대졸 취업자 수가 전체 취업자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지난해 처음 40%를 넘어섰다. 올해는 1분기(1∼3월)에는 41.4%로 역대 최고치를 나타냈고, 2분기에는 40.8%였다.
대졸 취업자 수는 지난해 2분기부터 고졸 취업자 수를 추월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2분기 대졸 취업자 수는 972만6000명으로 고졸 취업자 수(971만 명)보다 1만6000명 많았다. 격차는 계속 늘어나 올해 2분기에는 45만2000명까지 벌어졌다.
이에 따라 2007년 62.7%였던 고졸자 고용률은 지난해 1분기에 60.3%까지 떨어졌다. 반면 대졸자 고용률은 2001년부터 계속 74∼76%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취업자 가운데 고졸 비중도 2000년대 들어 40%대를 유지했지만 지난해(39.8%)에는 21년 만에 처음 30%대로 주저앉았다. 대졸 취업자 수가 증가하면서 고졸 취업문이 좁아지고 있는 셈이다.
일자리 미스매치 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올해 6월 대졸 이상 신규 구직자는 10만6501명이었지만 기업 등이 채용하려는 대졸 이상 인원은 1만5654명에 불과했다. 구인 인원이 신규 구직자의 15%에 불과한 것이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경제학)는 “대졸자들의 취업 수준이 통계상으로 나빠 보이지 않지만 문제는 고용의 질”이라며 “정부는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한 경제정책을 만들고, 대학들은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력을 키워내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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