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인천亞경기-평창올림픽 지원 최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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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14일 03시 00분


“런던처럼 초긴축해야 그리스같은 재정난 안겪어”
재정부, 인천시의 주경기장 신설 지원 요청 거부
강원도가 요구한 ‘국비지원 비율 명문화’도 퇴짜

정부가 2014년 인천 아시아경기대회,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등 각종 국제 스포츠대회에 대한 중앙정부의 예산 지원을 가능한 한 최소화하기로 했다. 2004년 그리스 아테네 올림픽 등의 사례에서 나타났듯 대형 국제 스포츠행사 유치가 주최국의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심각한 재정난을 초래할 수 있다는 문제의식 때문이다. 12일 폐막한 런던 올림픽은 이런 점들을 다각적으로 고려한 ‘초긴축 운영’으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 “인천시의 주경기장 신축 지원 못해”

1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아시아경기의 주경기장 신설을 위해 850억 원의 국비를 지원해달라는 인천시의 요청을 사실상 거부하기로 했다. 만성 재정적자에 시달리던 인천시는 당초 기존에 있던 문학경기장을 아시아경기 주경기장으로 쓸 계획이었지만 이후 민간자본을 유치해 경기장을 신축하는 쪽으로 태도를 바꿨다.

그러나 투자유치가 뜻대로 되지 않자 정부예산을 받아서라도 신축을 강행하기로 결정하고 올해 재정부에 총사업비 4900억 원 중 850억 원의 지원을 요청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새 주경기장을 짓는다고 발표할 때부터 중앙정부의 예산지원은 없다고 못을 박았는데도 인천시가 밀어붙이고 있다”며 “관련 법률에 따라 일부 시설은 일정 비율로 국비 보조를 하겠지만 주경기장 신축에는 예산을 대줄 수 없다”고 말했다.

겨울올림픽을 유치한 강원도 측도 평창겨울올림픽지원 특별법 시행령에 ‘대회 관련 시설 비용의 70%를 국가가 지원해야 한다’는 내용을 넣어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정부는 최근 차관회의에서 이 구절을 뺀 채 법안을 통과시켰다. 한 번 국비지원 비율을 명문화하기 시작하면 다음 국제 스포츠행사가 있을 때도 전례가 돼 재정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강원도는 현재 재정상태로는 대회준비에 차질을 빚는다며 반발하고 있다. 강원도와 평창군의 재정자립도는 올해 각각 26.9%, 14.6%로 전국평균(52.3%)에 훨씬 못 미친다.

○ 런던의 ‘짠물’ 올림픽에 자극받아

정부의 강경한 태도는 대형 스포츠행사를 유치한 뒤 경제 및 재정난을 겪었던 과거 주최국들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20∼30년간 올림픽을 개최한 나라들은 과도한 투자에 따른 후유증으로 대체로 개최 직후 경제성장률이 급락하거나 심각한 재정불안에 빠지는 일이 적지 않았다. 그리스의 재정위기의 원인으로 8년 전 아테네 올림픽을 꼽는 전문가들도 있다.

이런 점을 의식해 영국도 이번 올림픽을 ‘흑자 올림픽’으로 만들기 위해 애썼다. 런던 시는 대회 운영상의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 일부 경기장을 대회 이후 쉽게 철거할 수 있도록 조립식, 또는 천막으로 감싼 임시 구조물 형태로 지었다. 이런 노력을 했는데도 런던 올림픽이 개최 비용(90억 파운드·약 15조9300억 원)을 모두 회수할 수 있을지 전문가들 사이에서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런던의 사례를 예의주시하면서 평창 올림픽에서도 경기장의 재활용 문제를 중점적으로 보고 있다”며 “올림픽에 차질이 없도록 정부가 적극 지원하겠지만 올림픽과 연관성이 덜한 지역개발 사업 등은 예산편성 단계부터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광우 KAIST 금융전문대학원 교수는 “올림픽이나 월드컵은 개최 후 경기시설의 유지관리 비용이 엄청난 만큼 행사 이후 활용방안을 우선적으로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국제스포츠행사#국비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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