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나마 주린 배는 채울 수 없어/욕설에 몰리우고, 발길에 채우면서…반디불같은 안전등을 바라보며/몇번이나 입술을 깨물었드냐’(일제강점기 사할린으로 강제 이주당해 탄광에 강제 동원됐던 유춘계의 자필 시)
국가기록원은 일본군이 러시아 사할린 한인을 대량 학살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구소련 정부의 보고서를 포함한 사할린 한인에 관한 광복 전후 희귀 기록물을 광복 67주년을 맞아 14일 공개했다. 국무총리 소속 대일항쟁기강제동원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희생자 등 지원위원회는 이날 “공개된 기록을 토대로 진상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개된 기록물 중 1945년 소련 정부 문서는 남사할린 서북부 에스토루 지역에서 일본군이 이 지역 한인을 학살해 인구가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1949년 소련 정부의 1급 비밀문서는 쿠릴 지역의 한인을 사할린으로 이주시키라고 명령하고 있다. 또 1952년 기록에 따르면 당시 소련 정부가 한인 귀환 문제를 언급하지 말라는 보도지침을 내리기도 했다.
1960, 70년대 사할린 한인 귀환 사업을 벌이던 재일한국인회가 작성한 약 1만2000명 분량의 사할린 한인 명부도 공개됐다. 이들 자료를 분석한 한혜인 건국대 교수는 “이번처럼 방대한 기록 일체가 수집된 것은 처음”이라며 “현재 추진 중인 사할린강제동원 보상사업에도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초의 사할린 한글신문 ‘조선노동자’, 당시 사할린 조선인학교 졸업사진, 강제노역 영상 등 이번에 공개된 희귀기록물은 19일까지 서울 종로구 신문로 서울역사박물관 로비에서 전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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