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2011년 임직원 수가 가장 많이 늘어난 그룹은 삼성, LG, 현대자동차, SK 순이었다. 국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4대 그룹이 일자리 수도 가장 많이 늘린 것이다.
하지만 기업이 커가는 것만큼 일자리를 늘렸느냐를 따져보면 다른 결과가 나왔다. 매출액이 10억 원 증가할 때마다 몇 명을 더 고용하느냐를 뜻하는 ‘고용계수’를 보니 CJ와 신세계가 1, 2위를 차지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 제조업 성장할수록 고용 효과 떨어져
2002년 말 1만3300명이던 CJ그룹의 임직원은 2011년 말에는 4만6100명이 됐다. 이 기간 CJ의 매출은 9조1800억 원 늘어났다. 매출액이 10억 원 늘어날 때 임직원 3.6명을 더 뽑아 고용계수는 3.6이었다. 제당 등 식품 위주였던 CJ그룹은 2002년 제일제당에서 CJ로 그룹명을 바꾼 뒤 외식 브랜드를 크게 늘리고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확장하는 등 주로 서비스업 분야에서 몸집을 키워왔다. 고용계수 2.9로 2위를 차지한 신세계그룹도 백화점, 대형마트 등 유통 서비스업이 주력이다. 롯데그룹도 고용계수 1.0으로 6위에 올랐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유통산업을 대형화, 현대화하는 과정에서 임직원을 많이 늘린 것”이라며 “내수 중심 서비스업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크다는 점이 입증된 셈”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한국 경제를 이끌어 온 삼성과 현대차그룹은 성장한 만큼 일자리를 늘리지는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두 그룹은 2002년 30대 그룹 전체 순이익의 32%를 차지했지만 2011년에는 전체 순이익의 49%를 차지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30대 그룹에서 차지하는 임직원 수의 비율은 2002년 31%에서 2011년 33%로 약간 높아지는 데 머물렀다. 삼성의 고용계수는 1.0, 현대차의 고용계수는 전체 평균(0.7)에도 못 미치는 0.4에 그쳤다.
이 밖에 현대중공업은 고용계수가 0.1에 그쳤고 대림, 포스코, 부영 등도 0.2에 머물러 고용효과가 상대적으로 미흡했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제조기업은 성장할수록 생산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고용계수가 점차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전체 일자리를 늘리려면 고용계수가 높은 서비스 산업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 계열사 증감 영향도 적지 않아
30대 그룹의 임직원 수 변화는 그룹의 성장 외에도 계열사 증감 등의 영향이 적지 않았다. 2002∼2011년 4대 그룹 자리를 지킨 삼성, LG, 현대차, SK는 임직원 수 증가에서 1∼4위를 차지했지만 계열 분리를 겪은 그룹들은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3년 현대종합상사를 떼어낸 현대그룹은 임직원이 4400명이나 줄어 이 기간 30대 그룹에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이름을 올린 23개 그룹 가운데 가장 감소 폭이 컸다. 한진중공업과 메리츠증권을 떼어낸 한진그룹도 같은 기간 임직원이 3500명 감소했다.
임직원 증가율로는 CJ그룹이 244.7%로 가장 높았다. 2002∼2011년 CJ그룹 임직원은 3만2800명이나 늘어났다. 통신, 에너지를 주력 사업으로 하는 SK의 임직원은 139.4%, 롯데그룹은 104.7% 증가해 내수(內需) 위주 그룹의 증가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서비스업 위주인 신세계그룹도 95.9%의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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