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클린디젤 vs 하이브리드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21일 03시 00분


박력있는 운전 vs 경제운전 비교해보니 막상막하


‘시원하게 치고 나가는’ 디젤과 ‘경제성 만점’ 하이브리드. 2012년 자동차시장에서 떠오르는 두 개의 키워드다.

수년 전만 해도 가솔린 차량이 압도적인 점유율을 보였던 국내 자동차시장은 친환경 열풍을 타고 등장한 하이브리드카와 수입차업계가 앞장서 선보인 클린디젤(청정경유) 차량이 인기몰이에 나서며 점차 변화하고 있다.

이 두 개 차종은 저마다 강점을 갖고 있다. 디젤차는 연료와 엔진의 특성상 저속에서 순간적인 가속능력이 탁월하다. 최근에는 비약적으로 연료소비효율(연비)을 개선해 수입차 시장에서 그 어느 때보다 각광받고 있다. 동아일보는 두 운전자의 사례를 들어 최근 열띤 경쟁을 벌이고 있는 디젤차와 하이브리드카의 특성을 비교 분석했다.

○ 운전 즐기는 ‘나달려’ 과장, 디젤차가 딱!

회사원 생활 6년 차인 ‘나달려’ 과장(35). 사회 초년병 시절 회사 선배에게 물려받은 중고차는 툭 하면 사소한 고장을 일으키는 것이 심상치가 않다. 최근 주변에는 수입차를 타고 다니는 친구도 부쩍 늘었다. 목돈도 어느 정도 모았겠다, ‘이제 슬슬 새 차 한 대 뽑아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성질 급한 나 과장에겐 순간적인 가속 능력이 중요하다. 가끔은 탁 트인 고속도로에서 가속페달을 밟고 기분도 내고 싶다. 그래도 매일 기름을 ‘펑펑’ 쓰고 살 수야 있나. 가격도 싸고 연비까지 좋았으면 하는 건 지나친 바람일까? 고급 브랜드 딱지까지 붙어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을 텐데.

30대 운전자에게는 BMW의 준중형세단 ‘320d’가 인기 몰이를 하고 있다. 세련된 스타일과 날카로운 조향성능(핸들링), 높은 브랜드 가치가 인기의 배경이다. 가격은 기존보다 내렸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만만하진 않다. 대신 하이브리드카 못지않은 L당 22.1km의 높은 연비가 이 차의 매력을 더해준다. 폴크스바겐의 해치백(뒷좌석과 트렁크가 합쳐진 형태) ‘골프 2.0 TDI’ 또한 수입 디젤차의 대표주자다.

국산 디젤차는 진일보를 이뤘다. 현대자동차 ‘i40 왜건 1.7 디젤’은 디젤의 본고장인 유럽에서도 호평을 받았다. 널찍한 적재공간과 높은 연비가 매력적이다. 동생뻘인 해치백 ‘i30’도 상품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박짠순’ 여사, 하이브리드가 최고

주부생활 12년차인 ‘박짠순’ 여사(40). 차계부를 꼼꼼히 관리하고 기름을 넣을 때 10원이라도 더 싼 주유소를 찾아 눈에 불을 켠다. 날로 치솟는 고유가는 그녀의 속을 태운다.

툭 하면 정체, 걸핏하면 신호에 걸리는 도심의 교통상황. 매일 초등학생 자녀들을 학교에 데려다주고 장도 보려면 성능보다는 실속이 우선이다. 이왕이면 정숙하고 승차감도 부드러우면 좋겠다. 한 번 주유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왕복하고 저속에서는 ‘쥐 죽은 듯’ 고요한 하이브리드카는 박 여사에게 꿈같은 차다.

하이브리드의 원조인 도요타 ‘프리우스’의 공인 연비는 국내 시판차종 중 최고인 L당 29.2km다. 45L의 연료탱크를 가득 채우면 무려 1314km를 달릴 수 있다. 차 크기를 생각하면 구입비용이 조금 부담스러워도 혼잡통행료 감면에 공영주차장 할인까지 받을 수 있다. 가속이 답답하다고? ‘파워 모드’만 켜면 시원스레 달려 나간다. 대신 확 줄어드는 연비는 감수해야겠지만.

한 가족이 편하게 탈 수 있는 넓은 실내공간을 원한다면 포드의 중형세단 ‘퓨전 하이브리드’가 있다. 연비는 동급 하이브리드 모델에 비해 낮지만 미국차답게 힘이 좋다. 연비와 힘을 적절하게 갖춘 모델인 셈이다. 박 여사는 ‘사모님’이 된 자신을 꿈꾸며 렉서스의 고급 대형세단 ‘LS600hL’을 살펴보지만 1억 원대 중반의 가격표에 금세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저렴한 국산 하이브리드카도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중형세단 ‘쏘나타’와 ‘K5’의 하이브리드 모델을 내놨다. 배터리 등 하이브리드 전용 부품의 보증기간이 10년(20만 km 미만)에 달해 중고차 값이 떨어질 걱정도 덜어준다.

‘디젤 대 하이브리드’의 결론은 막상막하다. 경제성은 하이브리드가 앞서지만 운전 재미를 어느 정도는 포기해야 한다. 치고 나가는 맛이 일품인 디젤차는 같은 모델이라도 가솔린에 비해 좀 더 비싸다. 과거에 비해 개선됐지만 약간의 진동과 소음은 감수해야 한다.

머지않아 나 과장과 박 여사를 동시에 만족시킬 차가 나올지도 모른다. 푸조는 올해 안에 디젤과 하이브리드를 결합한 디젤 하이브리드 모델을 수입할 계획이며 메르세데스-벤츠, 도요타 등 주요 자동차업체도 최근 디젤 하이브리드 개발에 한창이다.

이진석 기자 gen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