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동차’ 하면 떠오르는 몇 가지 보편적인 특징이 있다. 실용성이 높고 모범생을 떠올리게 하는 말끔한 외관에 나긋나긋한 반응과 낮은 소음이다.
일본 닛산자동차의 고급 브랜드 인피니티가 6월 내놓은 7인승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올 뉴 JX’는 이런 상식을 깡그리 뒤엎는다.
미국산 대형 SUV와 견주어도 꿀리지 않는 덩치다. 길이는 대형차급인 5m에 달하고 높이는 웬만한 남자 성인의 키와 맞먹는다. SUV와 세단의 장점을 결합한 크로스오버를 내세우고 있지만 미니밴 스타일에 가깝다.
디자인은 파격적이다. 모터쇼에 전시된 콘셉트카 수준의 화려함을 자랑하는 디자인은 근육질의 레슬링 선수를 떠올리게 한다. 실내 인테리어는 호화롭다.
단풍나무 무늬 마감재와 가죽으로 곳곳을 치장했고 버튼의 작동감도 정교하다. 이 차는 미국 자동차 전문매체인 워즈오토가 선정한 ‘올해의 10대 자동차 인테리어’에 선정되기도 했다.
동력계통을 보면 닛산의 대표 주자인 최고출력 265마력의 3.5L급 ‘VQ35’ 가솔린 엔진에 인피니티 모델로는 처음으로 무단변속기(CVT)를 맞물렸다. 연료소비효율(연비)이 낮을 수밖에 없는 대형 SUV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설정이다. 변속감을 느낄 수 없는 CVT는 주행 감각이 밋밋한 편이어서 운전 재미를 조금은 양보해야 한다.
시승한 차는 상시 4륜구동(AWD) 모델. 움직임은 외관에서 나타는 육중한 인상에 비해 의외로 가볍다. 부족하지 않은 힘과 매끈한 변속 능력은 일상 주행에 어떠한 아쉬움도 주지 않는다.
정숙함 또한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 AWD 특유의 안정적인 주행감은 수준급이다. 다만 최저 지상고가 높지 않아 험한 도로의 주행에는 적합하지 않다.
JX는 운전자의 입맛에 맞는 다양한 설정 기능을 지원한다. 이 차에 탑재된 ‘드라이브 모드 셀렉터’는 간단한 스위치 조작만으로 ‘스포츠’ ‘연비운전’ ‘눈길운전’ ‘일반주행’ 모드를 고를 수 있다. 이 밖에 차량 주변 360도의 영상을 조합해 스크린에 비추는 ‘어라운드 뷰 모니터’, 실내 배기가스나 악취 유입을 막는 ‘환경조절 시스템’ 등 다양한 편의장치를 달았다.
이 차는 수입차 중 흔하지 않은 7인승이라는 장점도 있다. 2∼3열 시트를 자유자재로 접을 수 있어 필요에 따라 적재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시트를 모두 접으면 적재용량은 2166L로 늘어난다. 중형 냉장고 두 대를 집어넣을 수 있는 수준이다.
가족 단위로 이동할 일이 많은 운전자에게 좋은 선택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가격은 2륜구동 모델이 6750만 원(연비 L당 8.4km), AWD 모델은 7070만 원(L당 8.2km)이다. 육중한 덩치 탓에 낮아진 연비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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