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제조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하게 된 원동력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성능을 향한 끝없는 욕망과 사고에 대한 두려움이다. 자동차가 발명된 이후 인류는 빠른 속도로 이동할 수 있는 자유를 얻었지만 치명적인 사고의 위험도 떠안았다.
자동차의 성능이 높아질수록 사고의 위험이 더욱 증가하자 자동차회사들은 안전 기술을 확보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최근 자동차업계는 충돌 위험을 감지하면 알아서 차를 멈추는 기능이나 안전벨트를 풍선처럼 부풀려 사고 시 부상을 막아주는 장치 같은 첨단기술을 내놓고 있다.
○ 안전벨트, 반세기 만의 진화
자동차 사고에서 탑승객의 사망률을 크게 낮춰주는 ‘생명줄’인 안전벨트가 새롭게 진화하고 있다. 독일 메르세데스벤츠는 지난달 차세대 안전벨트인 ‘벨트백(Beltbag)’ 개발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벤츠가 개발한 벨트백은 뒷좌석의 안전벨트 안에 에어백을 내장한 것이다. 센서가 차체의 충돌을 감지하면 안전벨트에 내장된 가스가 터지며 튜브처럼 부풀어 오른다. 이때 벨트의 폭은 평상시의 3배 이상으로 넓어진다. 이 기술을 통해 차량이 정면충돌 했을 때 안전벨트의 압박으로 인한 가슴과 갈비뼈 등 흉부 부상의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벨트백은 몸에 닿는 면적이 넓어 기존 안전벨트보다 착용감이 개선됐다는 장점도 있다. 벤츠는 내년부터 벨트백을 일부 고급차종의 기본 장치로 장착할 계획이다. 내년 생산 예정인 대형세단 S클래스에 적용될 것이 유력하다.
벤츠는 2009년 콘셉트카 ‘ESF2009 S400 하이브리드’를 통해 벨트백을 처음으로 선보였다. 하지만 상용화는 미국 포드자동차가 빨랐다. 포드는 지난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익스플로러’에 이와 유사한 형태의 안전벨트를 시범 적용했다.
벤츠가 내년부터 양산 차종에 벨트백을 적용하면서 이 장치의 대중화를 이끌지도 관심거리다. 벤츠는 앞서 에어백, 차체자세제어장치(ESP) 등 현재 대다수 차량에 기본으로 적용되는 안전장치를 처음으로 개발한 자동차 안전 분야의 선도 업체다.
벨트백 적용이 일반화하면 이는 1959년 스웨덴 볼보자동차가 세계 최초로 개발해 지금까지 보편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3점식 안전벨트’가 50여 년 만에 큰 진화를 이루는 셈이다.
○ ‘알아서 서는 차’ 안전성 입증
‘안전의 대명사’ 볼보의 첨단 안전장치인 ‘시티 세이프티’는 지난해 미국 교통당국으로부터 사고 발생을 크게 줄인다는 효과를 인정받았다. 시티 세이프티는 차량 앞 유리 상단에 장착된 레이저 시스템을 통해 시속 30km 이하의 주행 상황에서 앞차와의 추돌 위험이 감지되면 차량의 속도를 줄이거나 완전히 세우는 저속 추돌방지 시스템이다. 볼보는 전체 추돌사고의 75%가 시속 29km 이하의 속도에서 발생한다는 점에 착안해 이 시스템을 개발했다.
미국 고속도로인명손실데이터연구소(HLDI)와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가 지난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시티 세이프티가 장착된 볼보의 SUV ‘XC60’은 다른 동급 SUV에 비해 사고 발생을 감소하는 효과가 약 22%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 IIHS는 이 기술이 매년 190만 건의 사고를 예방하거나 피해를 줄여준다고 덧붙였다. 볼보는 시티 세이프티 기능의 개량을 거듭해 올해 제네바 모터쇼에서 공개한 신차 ‘V40’에는 작동 가능 속도를 시속 50km로 높였다.
일본 닛산자동차의 고급 브랜드인 인피니티는 차로이탈방지시스템(LDP)을 선보였다. 이 기능은 단순히 차가 주행 중 차로에서 벗어날 때 소리나 진동으로 운전자에게 경고하는 차로이탈경보시스템에서 진화한 것이다.
이 시스템은 차량 앞 유리에 장착된 카메라가 차선을 감지해 운전자가 방향 지시등의 조작 없이 주행차로를 벗어나면 먼저 경고음을 울려 주의를 보낸다. 이후에도 운전대를 조작해 제자리로 돌아오지 않으면 차체 자세 제어장치(VDC)와 연계해 각 바퀴의 브레이크 압력을 조절함으로써 차량이 진행하던 차로로 돌아올 수 있게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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